<시리즈> IT산업 "격전 현장"을 가다 (5);ERP

 기업 구조조정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구조조정 이후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보기술(IT)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으며 투자 1순위로 ERP 도입을 꼽고 있다. 따라서 국내 ERP시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돼 지난해보다 최소한 두배 이상 커진 2000억원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를 장악하기 위한 ERP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ERP 업계의 행보도 한결 빨라지고 있다. SAP코리아, 한국오라클 등 외국계 패키지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은 올해를 시장 선점의 최대 분수령으로 삼고 신규 대형 고객 확보를 위한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영림원·한국기업전산원·한국하이네트 등 국내 패키지SW 업체들도 중소기업 일변도 시장에서 탈피해 외국 업체와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ERP업계의 또다른 축인 컨설팅 업체들도 본격적인 수주 경쟁을 앞두고 SW업체와의 제휴 강화, 조직정비와 인력확충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여기에 피플소프트·캡재미나이 등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외국 패키지SW, 컨설팅 업체들이 새로 가세할 전망이어서 국내 ERP시장 쟁탈전은 이래저래 뜨거워질 전망이다.

 패키지SW시장 경쟁에서 볼 만한 대목은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의 수위 다툼과 나머지 업체들의 3위 경쟁 △확장 ERP시장 주도권 쟁탈전 △국내 ERP업체들의 약진 여부 등이다.

 ERP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상반기 결정될 포항제철, 한국통신을 놓고 벌일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이 벌일 맞대결. 두 프로젝트는 국내 ERP시장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시장 1위인 SAP코리아는 수위 고수를, 한국오라클은 전세 역전을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3위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JD에드워즈·바안코리아·한국SSA·한국QAD 등은 SAP코리아·한국오라클과 삼각구도를 이루지 않으면 향후 시장경쟁에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어떻게든 3위 자리를 꿰차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지난해부터 진출설이 끊이지 않았던 피플소프트의 시장 진출이 큰 변수다.

 ERP에 기반한 공급망관리(SCM), 전자상거래(EC), 통합고객정보시스템(CRM) 등 확장 ERP시장에 대한 주도권 경쟁도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주요 외국계 SW 업체들은 올 들어 확장 ERP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데 대처해 올 하반기부터 신제품 출시와 영업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이들 업체는 그룹웨어, 전자문서관리, EC 등 시스템 연동을 위한 솔루션 확보를 위해 국내외 전문 SW 개발업체와 제휴를 서두르고 있다.

 외국계 업체들이 ERP시장 전반을 주도하고 있으나 국내 SW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영림원·한국기업전산원·한국하이네트·지앤텍·삼성SDS·한국정보시스템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소·중견 기업 시장에서 착실히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이에 머무르지 않고 외국업체의 독무대인 대기업 시장에도 점차 진출해 맞싸움을 벌일 태세며 이를 위해 제품력 향상과 컨설팅 및 하드웨어 제휴선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

 SW시장에 비해 두배 이상 큰 컨설팅 시장경쟁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아서앤더슨·앤더슨컨설팅·언스트&영 등 컨설팅업체들은 ERP컨설팅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최근 전반적인 조직정비를 끝냈고 인력도 대거 확충하고 있다. 컨설팅업체들은 또 특정 SW 위주의 컨설팅에서 벗어나 다양한 SW를 망라한 ERP컨설팅 업체로서 위상을 높여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여기에 최근 국내에 진출한 딜로이트컨설팅과 진출 예정인 유럽계 캡재미나이 등 후발주자까지 대거 가세할 것으로 보여 올해 ERP컨설팅 시장은 누구도 승부를 섣불리 점칠 수 없는 혼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능률협회컨설팅을 비롯한 국내 컨설팅업체들도 국내외 패키지SW 업체와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무주공산인 중소기업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ERP업계 관계자들은 『올해의 시장판도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우위를 차지하려는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SW업체와 컨설팅업체 모두 지원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