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자판기시장이 과연 활성화할 수 있을까.
자판기업계가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MP3 음악파일을 간단히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MP3 자판기를 전략상품으로 삼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으나 시장활성화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MP3 자판기는 플래시 메모리카드 포트를 장착, PC나 플레이어 없이도 착탈식 메모리카드나 CD에 자신이 원하는 음악과 정보만을 간편하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현재 새한정보시스템과 한솔텔레콤이 시제품을 출시하고 LG산전과 삼성전자 등도 제품개발을 끝냈다.
또 중소 자판기업체들도 주력 제품으로 삼기 위해 MP3 자판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자판기업체는 시장 여건만 뒷받침된다면 스티커 자판기 특수에 버금가는 호황을 맞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MP3 자판기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걸림돌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하이텔·천리안 등 PC통신업체와 MP3 정보제공업체(IP)의 저작권료 문제다.
각종 음악 파일을 자판기를 통해 다운로드 받기 위해서는 이들 IP와 저작권료 협상이 마무리돼야 하는데 아직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이들 IP 역시 한국음악저작권·한국연예제작자·한국레코딩뮤지션·한국음악출판사협회 등 음악관련 저작권 단체에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서로 제시한 가격이 너무 커 논의 자체가 난항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 관련 저작권 단체는 PC통신을 비롯한 MP3 다운로드 서비스업체에 정액제로 곡당 1000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IP에는 지나치게 높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새한정보시스템·LG산전 등은 이미 자판기 개발을 마치고도 이들 IP와 가격 협상 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는 CD나 테이프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어 MP3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실제로 MP3플레이어 보급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이다. MP3 자판기시장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구매층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MP3 자판기를 이용해 음악을 다운로드할 만큼 수요층이 두텁지 않다는 것이 자판기업체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기에 현재 자판기를 통해 음악 파일을 CD나 메모리칩에 다운로드하는데 평균 10분 이상이 걸리는 등 몇가지 기술적인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일부 업체에서 곡당 5분 정도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10곡 기준으로 평균 1시간 정도인데 이 상황에서 과연 사업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를 위해 일부 자판기업체는 고객이 MP3 자판기의 파일다운로드를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대기 또는 이용시간 중에 스테레오로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제공하는 등 대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운로드 시간을 단축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 MP3 자판기는 일반 자판기와 달리 IP와 통신망 연동을 위해 전용선을 구축해야 하는 등 운영업자가 시스템 운영을 위해 투자하는 초기 부담금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LG산전 변영훈 과장(기획 마케팅팀장)은 『자판기업체가 MP3 자판기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저작권료, 파일다운로드 시간, 비싼 초기 운영 비용과 같은 난제가 매듭되기 전에는 시장 활성화는 시기상조』라며 『LG산전을 비롯해 대부분의 전문 자판기업체는 이같은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