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에서 나온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일컫는 말인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전국시대의 유학자로서 성악설(性惡說)을 창시한 순자는 「學不可以己 靑取之於藍 而靑於藍 氷水爲之 而寒於水」라고 했다. 「학문은 그쳐서는 안된다.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 더 차다」는 의미다.
이 말은 학문에 뜻을 둔 사람은 모름지기 발전과 향상을 목표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중도에 그만두어서는 안된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부단한 노력을 통해 그 사람의 학문은 더욱 깊어지고 순화되어 한 걸음씩 완성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비록 스승에게 배우기는 하지만 그것을 열심히 익히고 행하면 스승보다 더 깊고 높은 학문과 덕을 가질 수 있다는 교훈을 주어 많은 후학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인터넷 시장을 둘러싸고 벌이는 미국의 주요 메이저 방송사와 인터넷 전문업체들 사이의 경쟁은 서양판 청출어람의 극치다.
풍부한 자금력을 지니고 있고 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ABC·CBS·NBC 등 미국의 3대 방송사들은 지난 95년 인터넷이 활기를 보이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기존의 미디어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합하려고 했다. 같은 시기에 야후·익사이트·라이코스 등 당시 미디어 서비스 분야에서는 약관의 벤처업체였던 인터넷 검색업체들도 본격적인 인터넷 검색사업에 나섰다.
3대 메이저와 신생기업간의 인터넷 전쟁은 채 5년이 안돼 검색업체의 대승으로 끝이 났다. 메이저 방송사들이 아직도 제 위상을 찾지 못하고 갈피를 못잡고 있는 반면 인터넷 검색업체들의 인지도와 영향력은 급상승하고 있으며 주가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실정이다.
메이저의 실패는 예상가능했다. 검색업체들이 순발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구미에 맞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 반면 주요 방송사들은 그 큰 덩치로 인해 변화에 둔감했던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유리할 수 있고, 스승과 제자와의 경쟁에서 제자가 더 이로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인터넷이다. 누가 얼마나 빨리 시장흐름을 파악하고 몸무게를 줄여 이에 전략적으로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인터넷은 충분히 역전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