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화 사상 최대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화제작 「쉬리」가 해외 배급망을 통해 미국 등 선진 영화가에서도 곧 상영될 전망이다.
삼성영상사업단은 최근 「쉬리」의 해외 배급을 위해 브에나비스타·워너브러더스 등 메이저 영화사들과 접촉을 갖기 시작했고, 이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일이 성사되면 「쉬리」는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영화사를 통해 해외에 배급되는 첫 영화로 기록될 전망이다.
문제는 흥행 여부. 메이저 영화사가 한 영화를 선택했다면 흥행 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간택」된 영화가 모두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화제의 홍콩 영화 「해피 투게더」의 경우 메이저 영화사를 통해 영화 배급에 나섰지만 흥행에는 실패했고, 이같은 흥행 실패의 사례는 제3세계 영화 등 「외국 영화」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쉬리」를 본 외국인들의 영화평은 어떨까.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삼성측의 주장이다.
최근 외국인 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쉬리」에 대한 영화평은 「매우 만족」이란 응답이 전체의 38%에 이르고, 「만족」도 55%에 달했다는 것이다. 특히 재미있고(55%), 감동적이며(36%), 강렬한 인상(33%)을 받았다며 높은 점수를 줬으며, 이에 따라 친구 등 주변인들에게 관람을 권유하겠다는 이도 전체 응답자의 86%나 됐다는 것.
연기자들에 대한 이들의 평가도 흥미롭다. 아시아인들은 한석규(유중원 역)의 연기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석규의 연기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한 반면, 유럽인들은 최민식(박무영 역)의 연기에 더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
그러나 이 영화에 대한 따가운 질책과 채찍도 없지 않았다. 초반 전개되는 훈련장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고, 주방에서의 총격신에 이은 지하철 장면과 명현의 집 장면 연결은 너무 비약적이라는 평이었다. 특히 신무기 묘사의 비논리성은 작품의 현실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외국인들은 꼬집었다. 과다한 총격신과 유혈 장면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우리 관객과 외국인의 감흥은 메시지 청취 신과 키스 신, 라스트 신에서 일치했다. 외국인들은 우리 관객과 마찬가지로 이들 장면에서 이른바 카타르시스를 맛봤다고 밝혔다는 것.
이를 종합해보면 「쉬리」의 해외 배급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남북한 대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많고, 할리우드 액션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액션 장면들은 흥행의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측도 메이저 영화사를 통한 해외 배급에 신중한 입장이다.
삼성영상사업단의 최건용 영화팀장은 『「쉬리」의 해외배급 시기를 늦추지도 않겠지만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라며 단순히 외화 획득 차원에서 「쉬리」의 해외배급권을 외국 영화사에 넘겨주지는 않을 계획임을 밝혔다. 해외 영화가에 한번 승부수를 띄워 본다면 「쉬리」로 해봄직하다는 생각인 듯했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