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PCB> 소재 시장.기술동향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산업이 선진국과 격차를 보이는 까닭은 PCB용 원판·동박 등 핵심소재산업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세계 PCB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일본은 원판·동박·잉크·드라이필름 등 핵심소재는 물론 각종 화학동약품·전기동약품 등 거의 모든 원·부자재를 국산화하고 있다. 반면 현재 국내에서 국산화된 PCB소재는 동박과 원판 등에 불과하고 잉크·드라이필름 및 각종 부자재는 거의 전량 미국·일본·유럽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동박과 원판의 경우 이미 국산화, 나름대로 외산과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첨단 PCB 기판용은 아직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최근 들어 잉크·드라이필름 및 각종 화학약품류가 국산화됐으나 아직까지 외산에 버금가는 신뢰도를 입증하지 못해 일부 중소PCB업체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국산 원·부자재를 사용하려는 PCB업체들이 늘고 있어 소재산업계를 고무시키고 있다. 특히 PCB 핵심소재인 동박과 원판의 수출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조만간 국산 PCB용 동박 및 원판은 수출 유망품목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게 해당업계의 주장이다.

 전반적으로 국내 PCB소재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평가받고 있으나 원판과 동박 만큼은 국제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원판업계의 주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PCB용 원판류를 생산하는 업체로는 (주)두산을 비롯해 LG화학·한국카본·신성기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주)두산은 지난해 국내 원판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코오롱전자를 인수함으로써 원판시장에서의 지배력이 높아졌으며 특히 가전용 페놀 원판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위상을 갖추게 됐다.

 이처럼 국내 PCB용 원판이 수요를 약간 상회하는 현상을 빚고 있는 와중에 LG화학이 올해부터 산업용 원판을 본격 생산, (주)두산을 비롯한 중소원판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주요 다층인쇄회로기판(MLB)업체들은 박판 원판의 경우 절반 정도는 외산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LG화학은 이를 수입 대체하고 박판 원판을 수출 주도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PCB용 원판사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MLB용 원판 중 초박 원판의 경우 50% 이상은 외산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수요를 초과할 정도의 공급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 외산 원판이 국내 수요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까닭은 국산 원판의 신뢰성이 부족하고 가격적인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라고 PCB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BGA 기판용 원판과 빌드업 기판용 원판, 연성 PCB용 원판, 메탈 PCB용 원판, 테플론 원판 등 첨단기술이 적용되는 PCB 원판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최근 전자업계의 PCB 구매패턴이 변화하고 있어 PCB 원판시장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원가절감 압박에 시달리는 세트업체들이 가전용 페놀 PCB의 구매단가를 인하하려 들자 일부 페놀PCB업체들은 국산 대신 외산을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컴퓨터 보조기억장치 제조업체들은 최근 들어 기존 에폭시 원판보다는 가격이 낮은 복합화합물수지(CEM) 원판의 적용 비중을 확대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CEM 원판 수요가 크게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CEM 원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자 (주)두산은 구 코오롱전자의 생산라인을 CEM 원판 전문라인으로 재구축했다.

 국내 원판시장 구도에 변화를 주게 될 요인 중 하나는 환경라운드다. 이미 선진국은 자국산 PCB의 경우 할로겐족 화합물이 내포된 원판의 사용을 사실상 규제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수입되는 PCB는 물론 세트까지 규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원판업체 및 PCB업체들은 환경라운드에 대비, 그린 원판의 제조 및 이를 이용한 PCB 제작기법 축적에 나서야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원판과 더불어 PCB 핵심소재인 동박시장의 경우 일진소재산업이 국내 시장에서 나름대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가운데 태양금속과 LG금속이 일진소재산업을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일진소재산업은 그동안 일본 등 외국업체가 거의 석권해온 동박사업에 참여, 국내 PCB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일조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전용 동박(ACF)과 산업용 동박(UCF)을 합쳐 연산 1만4000여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진소재산업도 생산량의 80%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현재 국내 동박 수요는 연간 ACF 6000톤, UCF 4000톤 정도이나 절반 정도가 수입되고 있으며 특히 하프온스급이나 4분의 3 온스짜리 초박 UCF는 수입 비중이 크다는 게 PCB업계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일진소재산업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동박 수요패턴 변화에 대응해 HD(High Ductility)·HTE(High Temperature Elongation)·LP(Low Profile) 등 첨단 동박류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잉크도 PCB 제조공정에서 빼어 놓을 수 없는 핵심소재다. 현재 국내에서 한국다이요잉크와 서울화학연구소가 PCB용 잉크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국내 PCB용 잉크는 한국다이요잉크와 일본업체들이 거의 전량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태평양그룹과 결별, 일본다이요잉크제조의 국내 순수투자 생산법인으로 전환된 한국다이요잉크는 UV경화형 잉크, 사진현상용 잉크(PSR)는 물론 BGA 기판용 잉크, 빌드업 기판용 잉크 등 첨단 PCB에 적용되는 잉크류를 생산, 국내 PCB산업 선진화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국다이요잉크는 일본 본사와 거의 동시에 첨단 잉크를 생산, 국내는 물론 동남아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