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발표된 대우의 강도높은 구조조정계획에 따라 그동안 증권가를 중심으로 유포됐던 전자부품 3사의 매각설 가운데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다.
대우는 구조혁신 방안에서 부품 3사 중 대우전자부품을 제외한 한국전기초자(2600억원)와 오리온전기(5700억원) 등 2개사를 해외 업체에 매각해 8300억원을 조달한다는 내용을 최종적으로 발표한 것.
대우의 이같은 결정은 대우전자를 정점으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전자의 빅딜이 이루어질 경우 부품업체들만 남겨놓아봐야 별다른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대우는 한국전기초자를 대우정밀과 흡수합병하는 안을 구상했으나 정부의 강도높은 재벌 개혁 드라이브 정책으로 부품사의 처분에 나서게 된 측면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말 워크아웃 대상으로 발표된 오리온전기는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해 강도높은 사업구조조정을 펼쳐왔다.
2000억원대에 이르는 그룹관련 무수익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오리온전기는 상반기중으로 다이너스카드와 한국전기초자의 지분 정리에 나서는 한편 미국과 멕시코 현지법인에 대한 외자유치를 추진키로 하고 현재 톰슨사와 협의를 진행중이다.
또한 유리벌브업체인 한국전기초자도 대우정밀과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최대 주주인 오리온전기의 사업구조조정과 맞물려 매각을 추진, 현재 일본 유리벌브업체인 일본전기초자(NEG)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대우 측의 이번 발표로 두 회사의 매각은 이제 급류를 타게 됐으나 과연 대우 측의 생각대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대우 측이 오리온전기의 매각대금으로 발표한 5700억원은 너무 높다는 점이다. 이 가격은 대우 측이 대우통신과 대우문화재단을 통해 확보하고 있는 주식(오리온전기의 22%)의 액면가에 5배 정도 되는 가격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가격은 브라운관시장의 상황과 오리온전기의 회사경영상태에 비추어 볼 때 너무 높게 부른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또한 한국전기초자의 2600억원도 상당히 높은 가격이라는 점. 대우 측의 계산대로 이루어진다면 장사를 아주 잘한 셈이 될 것 같다. 대우 측은 한국유리로부터 340억원에 전기초자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보다 무려 8배나 남기게 됐다.
따라서 현재 한국전기초자의 주식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해 매각협상에서 주가가 그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회사 측은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협상 대상자와 경영권 부문과 지분결정 등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짓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오리온전기의 매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반면 한국전기초자의 매각은 가격만 적정하면 쉽게 합의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부품 3사 중에서 이번 대우 측의 구조조정안에 빠진 대우전자부품의 매각설도 나돌고 있다. 원래 대우전자와 합병되는 것으로 발표된 대우전자부품은 최근 사장 교체와 맞물려 증권가에선 현재 다국적 기업인 P사와 매각에 대해 합의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단행된 임원인사에서 재무담당임원이 바뀐 점으로 미루어 대우전자부품의 매각설은 너무 앞선 이야기로 여겨지고 있다.
대우전자부품도 대우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어떠한 형태로든지 사업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