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 사이에 첨단 장비의 개발 및 양산을 목표로 개별 회사가 보유한 각종 마케팅 및 기술 관련 노하우를 상호 완벽히 공유하는 형태의 기업 협력 체제 구축 사례가 크게 늘고 있어 주목된다.
기업간 공동 협력 체제는 그동안 흔히 있던 기술 제휴 관계보다 한단계 발전된 형태로 마케팅 및 기술 자원은 물론 생산 설비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창출, 단독으로 수행하기 힘든 첨단 분야의 기술 개발을 성공시키는 새로운 경영기법이다.
또한 중견 반도체 장비업체들 사이에는 그동안 장비 생산에 필요한 모듈 부품을 자체 생산해오던 관례에서 벗어나 장비용 모듈 제품의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할 전문회사의 설립을 지원하고 이 업체와 공동 협력체제를 맺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장비업체간 공동 협력 체제 구축의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출범한 NRT(Networked Radiant Technologies) 그룹이다.
NRT그룹은 전공정 반도체 장비 분야 벤처기업인 엔알티를 중심으로 동종 분야인 나래기술과 누리텍 등 3개 회사가 그룹을 형성, 각사가 보유한 기술 자원 및 개발 인력과 생산 시설을 상호 공유키로 한 일종의 기업 협력체다.
이 그룹에 소속된 3개 회사는 법적으로나 재정상으로 완전 독립된 별개 법인들로 각자 특화된 개발 아이템을 갖되 제품 생산 및 개발과 마케팅 등 대부분의 활동 영역에서 상호협력해 나감으로써 장비 개발 기간은 단축하고 투자 효율성은 극대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NRT 소속 3개사는 이미 경기도 분당에 공동 연구실 및 공장을 개소하고 SOG(Spin On Glass)코터, DUV용 레이저소스, 비전 검사기 등과 같은 최첨단 전공정 장비의 개발 및 양산에 착수한 상태다.
또다른 전공정 분야 반도체 장비업체인 아펙스도 코닉시스템 및 에이릭스 등과 공동으로 에처·CVD·스퍼터 등의 첨단 전공정 장비에 들어가는 핵심 모듈인 클러스터 툴 컨트롤러(CTC:Cluster Tool Controller)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CTC 시스템의 자체 개발을 통해 기존 장비의 성능 향상은 물론 고속열처리(RTP)장비와 같은 차세대 시스템의 양산도 추진하는 등 밀접한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핸들러 전문업체인 유일반도체와 칩마운터 생산업체인 삼성항공이 최근 반도체 검사장비 및 차세대 핸들러를 내년 하반기까지 공동 개발키로 하고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특허나 기술을 상호 공유키로 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업체간 협력 체제 구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이들 두 회사는 공동 협의체를 구성하고 상호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기로 했으며 삼성항공은 반도체 장비와 칩 마운터 관련 기술 및 초정밀 제어기술과 시스템 최적화 기술 등 핵심 기술을 유일반도체에 제공할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유력 전공정 장비업체인 J사 및 D사도 최근 새로운 장비 모듈 전문업체의 창업을 돕거나 기존 하청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기술 및 자금 지원을 통해 차세대 장비용 핵심 부품의 개발을 추진중이다.
장비업체 관계자들은 『불과 1년전에 중견 장비업체이던 H사가 관련 부품 전문업체인 J사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 및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불황이 닥치자 오히려 함께 몰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듯이 업체간 협력 체제 구축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엄청난 투자비가 요구되는 첨단 장비의 개발을 성공시키는 또 하나의 방편임은 분명하다』는 기대섞인 반응을 보였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