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 사실상 "매듭"

 1년 가까이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켜 온 현대전자와 LG반도체 간의 반도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협상이 22일 사실상 최종 타결됐다. 이에 따라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삼성현대LG의 삼각구도가 무너지고 세계 1위와 2위를 독점하는 삼성현대의 투톱체제로 전환됐다. 특히 현대가 LG반도체 인수대금의 일부를 데이콤 주식으로 지급키로 함에 따라 이번 반도체 빅딜 성사는 국내 통신사업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와 LG그룹의 LG반도체 양수도 협상 실무진들은 21일 밤샘 협상과 22일 오후 협상을 통해 현대가 LG반도체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59.98%를 총 2조5600억원에 인수키로 최종 합의했다.

 양측은 대금 지급 방식과 관련, 총 2조5600억원 가운데 우선 1조5600억원을 계약 체결 이후 6개월 이내에 현금과 유가증권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1조원은 2000년 6월부터 2002년 6월까지 매 6개월마다 2000억원씩 5차례에 나눠 지급키로 했다. 그러나 양측은 LG반도체 임직원의 고용 승계 문제를 비롯한 몇가지 세부 사항 문제로 최종 양해각서 체결을 미루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완전 타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문제와 관련해서는 LG측이 협상 타결에 앞서 고용보장을 명문화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현대측은 현대전자 직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이유로 LG측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양측은 앞으로 하루 이틀 정도 미결 과제에 대한 추가 협상을 벌여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최종 합의서를 체결하고 동시에 합의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빅딜은 지난해 7월 제1차 정재계 간담회에서 5대 그룹이 조기 빅딜에 합의한 지 약 9개월, 또 지난 1월6일 LG가 반도체 사업포기를 공식 결정한 지 3개월반만에 사실상 매듭지어졌다.

 이번 반도체 빅딜 타결로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새로운 메이저 업체가 등장하게 됐으며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사의 빅3 체제로 급격히 전환될 전망이다.

 특히 현금 지급분 중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일부 대금을 현대그룹이 보유한 5.4%의 데이콤 주식으로 LG 측에 정산키로 해 이번 빅딜 타결은 국내 통신사업 분야의 구조조정을 촉발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