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IT산업 "격전 현장"을 가다 (9);워드.오피스

 올해 워드프로세서 및 사무용 통합패키지 소프트웨어(SW) 시장은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글과컴퓨터·마이크로소프트·삼성전자 등 워드프로세서 공급업체들이 올해를 워드·사무용 통합패키지 SW시장의 진정한 승자를 가리는 결정적 시기라고 보고 전사적 차원의 시장쟁탈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워드프로세서 공급업체 3사는 올해 출시하는 제품들이 지난해까지 노출됐던 각종 문제점을 모두 해결해 이제는 영업과 마케팅이 시장장악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공공기관·기업체·일반 소비자·PC용 번들 SW 등으로 시장을 세분화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게다가 워드프로세서 공급업체들은 정부 차원에서 정품SW 사용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올해를 기점으로 워드 및 사무용 통합패키지 SW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특히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공공기관용 시장을 선점할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전자정부 구축사업을 통해 나머지 공공기관에도 동일한 제품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간 4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워드 및 사무용 통합패키지 SW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이 SW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SW일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산업의 입구 역할까지 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세계 시장의 워드프로세서 및 사무용 통합패키지 SW 시장을 장악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올 연말까지 이같은 시장판도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며 한글과컴퓨터는 워드프로세서 시장의 선두업체 자리를 고수해 국산 SW의 자존심을 지키는 한편 신규사업 진출도 모색해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으로 자리잡는다는 계획이다. 가전기기 업체에서 정보통신 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워드 및 사무용 통합패키지 SW 사업이 기업변신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보고 상당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이 사업에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의 전략 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인 업체는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지난 3월 통합사무용 패키지SW인 「훈민정음오피스 2000」을 출시하면서 선제공격에 나선 이 회사는 계열사인 삼성SDS가 행정자치부의 그룹웨어 구축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공공기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세우고 있는 「훈민정음오피스 2000」의 가장 큰 장점은 국제표준 기술이 채택돼 타사 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 삼성전자는 이 SW를 설치하면 워드프로세서의 대명사인 「아래아한글」뿐만 아니라 사무용 SW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MS엑셀」 등에서 작성된 데이터를 마음대로 불러오고 편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룹 계열사와 공공기관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어린이 훈민정음」 사업을 통해 미래의 소비자가 될 어린이들에게도 자사 제품의 이미지를 심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사무용 통합패키지SW의 경우 벤처기업이 사업을 영위하기 힘든 분야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한글과컴퓨터와의 차별성도 부각시키고 있다.

 오는 6월 말 통합사무용 패키지SW인 「MS오피스 2000」을 출시할 마이크로소프트(대표 김재민)는 미국 본사가 전세계 SW시장의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에 출시되는 제품이 인터넷 환경에 가장 적합한 SW이며 기업체들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의 내용에 자유자재로 접근할 수 있어 최근 대두되고 있는 지식경영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보다 사용자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제품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집중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제품이 국내에 본격 공급될 오는 7월부터 중소기업과 개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이며 이를 위해 시장을 세분화한 뒤 가격정책을 유동적으로 펼치고 판매촉진을 위한 행사를 벌이는 등 각 소비자군의 특성에 적합한 영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 워드 및 사무용 통합패키지SW 시장의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한글과컴퓨터(대표 전하진)는 가장 큰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진행하는 마케팅에 직접 맞대결하기보다는 올해 수립한 자사의 사업계획을 꾸준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올해를 기점으로 워드프로세서 전문업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종합 서비스 제공업체로 탈바꿈한다는 계획 아래 인터넷 사업인 아래아한소프트, 신생 SW개발업체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글과컴퓨터는 자사의 전략 제품인 「아래아한글 5.0」(가칭)과 통합사무용 패키지SW가 올해 12월에 출시돼 그동안의 공백으로 경쟁업체들에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다양한 수성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같은 계획의 하나로 한글과컴퓨터는 「아래아한글 5.0」의 알파·베타 버전을 각 분야별 전문가와 소비자들에게 배포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기능들을 사전에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