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현대인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화 「우나기」.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지난 97년 제5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전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던 영화. JN엔터테인먼트가 들여와 오는 5월 1일 국내 개봉한다.
「하나비」 「카게무샤」에 이어 세번째로 국내에 개봉되는 일본영화지만 그동안의 영화와는 사뭇 다르게 「우나기」는 따뜻한 인간애와 인생의 의미를 주제로 하고 있다.
역대 칸영화제 수상작이 어렵고 예술성 위주의 영화였다면 「우나기」는 『사소한 일상에서도 쉽고 재미있게 삶의 본질을 담아내는 이마무라 감독 특유의 솜씨가 잘 녹아있다』는 칸의 평처럼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일본말로 뱀장어를 뜻하는 우나기는 주인공 야마시타(야쿠쇼 코지)를 빗대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모티브다.
우나기는 산란기가 되면 2000㎞를 헤엄쳐 바다로 가서 알을 낳고는 대부분 죽어버린다.
그러나 생명을 얻은 우나기 새끼들은 다시 2000㎞를 거슬러 강으로 되돌아오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반복한다.
어느날 새벽 낚시를 떠났다 집에 돌아온 야마시타는 아내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다.
그 순간을 참지 못해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가게 된 야마시타는 비교적 모범적인 수형생활 덕택에 8년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유일한 말벗이었던 우나기 한마리와 함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이발소를 시작한 야마시타는 전과자라는 피해의식과 몸에 배인 감옥생활 때문에 쉽사리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
그러던 어느날 근처 강가에서 자살하려던 게이코(시미즈 미사)를 구해주면서 영화는 반전을 시작한다.
밝고 따스한 성격의 소유자인 게이코는 닫혀 있던 야마시타의 마음을 점점 녹이고, 자칫 아무런 희망도 없을 것 같은 상황이지만 순박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동네사람들의 의외의 행동들은 삶의 재미와 인정을 흠뻑 느끼게 한다.
돈은 많지만 마음 둘 곳 없어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는 게이코의 엄마, 돈 때문에 여자를 이용하는 게이코의 옛 애인,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야마시타의 감옥 동료, UFO를 기다리는 동네 소년 등 개성이 강한 조연들의 연기도 영화의 주제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
진심으로 기다릴 때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사랑을 가르쳐주는 「우나기」는 따뜻하고 유쾌한 해피엔딩으로 가슴속에 남게 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