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우선구매제도", 업계 외면 "유명무실"

 한국전력의 중소기업 제품 우선구매제도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97년부터 전력기자재 국산화업체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2년간 우선구매하는 「국산화 촉진을 위한 우선구매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신청절차 등이 복잡해 이를 활용하는 중소업체가 거의 없다고 한다.

 실제로 97년 한전이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정을 통해 이같은 방침을 확정한 후 현재까지 우선구매를 신청한 업체는 5개사에 불과하며 2개 업체만 우선구매 요건을 통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우선구매해 주고 최대 70%까지 개발비를 지원하는 한전의 우선구매제도가 유명무실해진 것은 신청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즉 중소기업이 우선 구매를 신청할 경우 공시를 통해 다른 업체가 생산할 수 없는 제품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그후 현장심사, 시방서 확정, 시험품 제작, 공인검사기관 시험통과 등을 거쳐야 구매가 이뤄지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시일이 오래 걸린다.

 그뿐 아니라 시험에 합격해도 제품이 상용화될 때까지 별다른 혜택이 없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관련업체가 직접 현장 실험에 나서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국내업체들이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자칫하면 제품 정보만 유출될 수 있어 업계가 우선구매제도를 기피하는 것이다.

 한전은 이에 대해 『관련업체가 고도의 기술을 요하면서 수입대체 효과가 뛰어난 전력기자재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