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통신관련 계측기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주요 계측기업체는 지난 1·4분기 매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30∼100% 이상 성장하는 등 최근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IMF 한파로 크게 위축했던 계측기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활기를 띨 전망이다.
더욱이 계측기가 제품 개발·생산·서비스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장비라는 점에서 이같이 계측기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전자 통신관련시장이 점차 회복하고 있다는 청신호로 보여진다.
22일 LG정밀·흥창·한국HP·한국텍트로닉스·한국플루크 등 주요 계측기업체는 지난 1·4분기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올해 목표 매출액을 상향 조정하는 등 공격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는 올들어 국내 경기가 점차 회복하면서 전자 통신업체가 연구개발 투자비를 크게 늘리거나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계측기 분야에서 300억원 정도의 매출액을 올린 LG정밀은 지난 1·4분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40% 정도 상승했다. LG정밀은 이같은 추세라면 올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약 30∼40% 상승한 400억∼450억원 정도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정밀은 파장분석기·디지털 오실로스코프·신호 발생기 등 주로 통신 관련 계측기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흥창도 올 1·4분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액면에서 30% 정도 증가했다. 흥창은 멀티미터·오실로스코프 등 범용 계측기 수요가 최근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흥창은 RF주파수 분석기 등 자체 개발한 제품이 해외시장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어 수출을 포함해 올해 300억∼350억원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전년보다 약 20∼30% 증가한 규모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 계측기업체 1·4분기 매출 실적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
98년 국내에서 2000억원 정도의 매출액을 올린 한국HP는 지난해 1·4분기와 비교해 90∼100% 이상 증가하는 매출 실적을 올렸다. 한국HP는 지난해 하반기를 최저점으로 계측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올 1·4분기에는 통신망 검사 및 측정장비, 단말기 시험장비 수요가 늘면서 뚜렷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HP는 올해 계측기 매출액을 상향 조정해 4000억원 정도를 달성키로 했다.
한국텍트로닉스와 한국플루크도 디지털 오실로스코프·멀티미터·계측기 교정장비·네트워크 검사 장비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 1·4분기보다 20∼40% 정도 매출액이 늘었다. 이들 업체는 주로 고급 계측 장비(High-end)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HP 윤승기 부사장(계측기기사업 본부장)은 『올들어 전자통신업체의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계측기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IMF 이전 시장 규모의 80∼90% 정도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