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정밀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아날로그 계측기 부문을 분사하거나 매각하기 위해 활발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아날로그 계측기 부문을 정리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LG정밀은 늦어도 올 상반기안에 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더 이상 끌어봤자 해당 사업 부서는 물론 LG정밀 차원에서도 별 이득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LG정밀은 매각보다 분사쪽으로 이를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매각할 정도로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을뿐더러 다른 업체가 관심을 가질 만큼 상품 가치가 높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액 3000억원 가운데 아날로그와 디지털 계측기, 자동차 전장품을 포함한 매출액은 3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매출액 가운데 대부분은 레이더·미사일 등 방산장비 분야에서 올린 것이다. 단순히 매출액만을 놓고 볼 때 LG정밀 입장에서 군침을 흘릴 만큼 분명 매력있는 사업은 아니다.
사실 LG정밀에 있어 계측기 분야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사업성보다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차세대 상품 성격이 강하다. 소량 다품종 위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계측기산업 특성상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 어느 분야보다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계측기시장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LG정밀이 대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를 주요 사업의 하나로 유지한 데는 이같은 배경에 기초한다.
하지만 아날로그 계측기는 LG정밀에 계륵과 같은 사업이었다. 이를 입증하듯 파장분석기와 오실로스코프 등 전자·통신 관련 디지털 계측기시장은 확대일로에 있지만 아날로그 계측기시장은 해를 넘길수록 줄어들고 중소기업이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LG정밀이 아날로그 계측기 분사에 적극 나서는 것도 사업성 문제가 없지 않으나 이보다 몸집이 가벼운 중소기업이 시장 개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LG정밀과 합병한 LGC&D가 VCR드럼, 모터 사업 등 일부 사업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어 이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LG정밀은 분사하는 아날로그 계측기 분야의 생산라인과 기존 협력업체는 그대로 지원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사업 기반은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LG정밀은 아날로그 계측기 분야를 정리하는 대신 경쟁력 있는 디지털 계측기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LG정밀은 고부가가치 상품 위주로 계측기 사업을 재편해 새롭게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