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소비자 울리는 HW그레이 제품

 소프트웨어에 이어 하드웨어(HW)도 정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품 하드웨어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사용중에 하자가 발생하면 애프터서비스(AS)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하드웨어의 정품 사용문제는 비공식 절차를 통해 수입된 제품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청된다.

 하드웨어에서 정품이라고 하면 국내 생산 제품인 경우는 국내 생산회사와 계약을 맺은 유통점이 판매해 AS를 보증하는 제품을 의미하고, 수입품인 경우는 해외 생산회사와 국내에 독점 혹은 재판매업자 계약을 맺고 판매하는 제품을 말한다. 이러한 제품은 수입품이라 해도 국내에 AS센터가 있어 2∼3년간 무상 서비스를 보증한다.

 이에 반해 AS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보따리 장사나 비공식 루트를 통해 수입, 시중에 공급되는 「그레이 제품」의 경우 제품판매 후 공급자가 종적을 감춰버린다.

 그레이(Gray) 제품이란 분명히 제품 자체는 정상이지만 소비자에게 해줘야 할 사후의무를 제대로 못한다는 측면 때문에 회색 분자라는 명칭을 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그레이 제품을 구입했을 경우 AS체계를 갖춘 국내 지사망조차도 자사가 수입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AS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새로운 PC를 조립하려고 마음먹은 K씨(32·회사원)는 용산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주변기기들을 하나씩 구입해 고급형 PC를 꾸몄다. 당시 그는 6.4GB 하드디스크를 알아보니 판매업체별로 3만원 정도의 가격차이가 났다고 한다.

 정식 수입원인 B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23만원선인 데 반해 다른 수입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은 20만원. 그는 A사 제품이 지명도가 있고 안정됐다는 말만 믿고 특별한 주의 없이 20만원짜리를 구매했다.

 하지만 최근에 PC환경을 다시 꾸미다가 하드디스크에 고장이 생겨 구매처에 문의를 했지만 AS를 해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야 했고, AS센터에 문의를 해봤지만 정식 수입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상AS를 거절당했다.

 K씨는 『구매할 때 두 개의 제품을 모두 봤지만 정식 수입된 제품이나 그레이 제품이 모두 같았고 수입한 회사의 이름만 달랐을 뿐 어느 것이 정품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에 수입되는 대부분의 하드웨어 제품은 지사 체계가 갖춰져 있더라도 복잡한 총판구조를 거치기 때문에 어느 곳이 정품을 판매하는 회사인지 일반 소비자들이 알기는 쉽지 않다.

 국내 브랜드의 제품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올들어 전자파장해(EMI)검사를 받은 수입 제품 목록을 살펴보면 국내 대기업이 생산한 CD롬 드라이브 등 역수입 제품이 유통되고 있는데 이러한 역수입 제품들의 경우 제조회사에서 AS를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사후 보장이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드디스크를 수입하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번씩 그레이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AS 문의가 들어오지만 시리얼 번호 등으로 제품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정품이 아닌 제품에 대해서는 AS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정품인 줄 알고 샀다는 소비자들은 자신의 실수보다는 같은 제품이면 서비스를 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따지기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며 『그레이 제품 때문에 기업 이미지까지 실추되고 있다』고 걱정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불만은 마찬가지. 정품인줄 알고 샀다가 곤란을 겪었다는 한 소비자는 『정품이나 그레이 제품이나 모두 AS를 보증한다는 표시가 되어 있고 어느 곳에서 나온 제품이 정품인지를 알기도 쉽지 않다』면서 업체의 적극적인 홍보가 미진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품을 선택하는 가장 좋은 요령은 역시 소비자가 꼼꼼하게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일단 제품을 구매할 때 직원의 말만 믿고 제품을 사기보다는 주변기기별로 제품의 포장과 AS조건, 정품 여부를 정확히 확인한 다음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