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정보.지식.지혜

 산업혁명 이후 250여년 동안 발전돼온 산업사회는 컴퓨터라는 문명을 만들어 내고 통신기술과 접목시킴으로써 또 다른 새로운 정보문화를 태동시키고 있다.

 역사는 연속된 사건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확인하고 깨닫게 하며 새로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적당한 제도와 기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제도는 법과 정치, 경제와 사회적인 관점에서 문화가 그 시대의 사회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문명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규범을 정해 준다. 기술은 과학을 토대로 공학적인 접근방법을 개발해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게 한다.

 이러한 제도와 기술은 그 시대의 문화적 특성과 산업발전에 따라 특성을 달리하므로 그 특성을 잘 파악해 대처해 나가는 것은 그 시대, 그 국가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새로운 세기를 열어가고 있는 정보문화는 컴퓨터 문명과 통신문명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으며 500여년 전에 태동했던 문예부흥과는 다른 속성을 가지고 형성돼 가고 있다.

 정보문화는 개방화를 추구하는 사회에서 인성을 중히 여기고 사람의 개성에 맞는 문명을 발전시켜서 사용자를 위주로 한 정보사회로 만들어 갈 것이다.

 디지털문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했고 지금까지 인간을 속박해온 속도의 개념을 무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언제 어디에서나 순식간에 교환될 수 있는 정보의 비용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저렴해지고 있다.

 정보를 생성하고 축적해 검색하는 일이 쉬워진 만큼 정보의 근원지와 목적지도 많아지고 정보 형태도 다양해지며 정보를 가공하고 처리해 지식을 만드는 기술도 고급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보의 홍수를 정보의 엔트로피 증가라고 말한다면 정보도 물질의 속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정보의 엔트로피 증가 현상을 극복하면서 의사결정과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지식관리 시스템은 필요한 것을 새로운 정보문화로 형성해 나가는 정보산업사회의 필연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보문화가 정보산업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제도와 기술은 좀 다르게 규정해야 될 것 같다. 정보문화가 정보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법과 산업을 밀어 줄 수 있는 행정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고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과학을 연구하고 마케팅을 목표로 한 기술개발과 시장경쟁을 선도할 수 있는 공학적 전략이 기획돼야 한다. 멀티미디어의 정보화 처리기술이 발전함으로써 보는 정보를 뛰어넘어 느낄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공학적 기술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으므로 예술적인 공산품과 공학적인 예술품을 기대하게 됐다.

 반도체의 생산기술이 전자공학의 핵심에서 정밀화학 분야로 확대되더니 또 다시 생명공학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핵심기술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점을 유의해야 된다.

 이와 같이 달라져야 할 제도와 기술은 정보를 처리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지식관리시스템의 개발로 구체적이고 지엽적이지만 많은 문제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데이터를 처리해 정보를 만들고 정보를 입력해 지식을 만드는 것은 모두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관찰이나 체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문명의 이기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시뮬레이션이나 통계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의사결정을 하고 문제해결을 한 이후의 대책과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사람의 능력만으로는 어려우며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빠르고 정확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컴퓨터에만 의존해서도 어려운 일이다.

 역사적 사건을 듣고 배워서 그 흐름의 원리를 파악하고 새로 다가오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지혜는 사람의 능력보다는 진지한 태도와 성실한 자세에서만 얻을 수 있다.

 정보문화를 정보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인간에게 유익한 문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고차원의 접근방법은 책을 읽고 들어서 알 수 있는 지식의 차원을 넘어 아는 것을 체험함으로써 지니게 되는 삶의 자세와 생활의 태도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에 의존하는 길이다.

<이경환 한국정보과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