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Y2K특별법" 필요성

박진아 기술과법연구소 선임연구원

 새로운 밀레니엄을 눈앞에 둔 현재 세계는 인류의 대재앙으로 불리는 컴퓨터 2000년(Y2K)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Y2K문제는 특히 적절하고 신속한 기술 및 법·제도적 대처 없이는 엄청난 비용지출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 등 선진 각국에서는 Y2K문제의 해결을 위한 자체의 체계적인 방법론과 기술지침들을 수립해 배포하고, 이에 대한 법령을 정비하는 등 제한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IMF 경제위기와 맞물려 Y2K문제에 대한 대응이 지체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다가오는 2000년 산업 전반에 걸쳐 심각한 피해와 대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그런만큼 국가가 관련 기업들에 기술 및 재정적 조력을 다해 Y2K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도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올해 말까지 Y2K문제가 100% 해결되지 못할 것에 대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비상조치계획과 Y2K 피해로 인한 소비자 보호를 도모하고 과도한 배상책임으로 인해 관련기업의 도산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현재 대통령령 제15938호로 「컴퓨터 2000년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책 수립 및 지원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 행정적 목적을 위한 규정이다. 이를 감안할 때 이같은 목적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이른 시일내에 「Y2K특별법(가칭)」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제정될 Y2K특별법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우선, 사전적 해결 노력의무로서 정보공개의무(질의회신의무)와 인증의무를 부가하고 이러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기관(기업)에 대해서는 일부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현행법상 Y2K 하자의 존재 및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운 점, 하자담보책임을 묻기 어려운 점, 불완전이행과 불법행위 요건의 추상성 및 손해배상범위의 광범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므로 특별법을 통해 Y2K 하자의 존재 및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전환하고 보수의무의 귀속과 비용 부담자의 명확화 그리고 과다비용 청구시 책임의 귀속 및 책임범위 등에 관하여 규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Y2K문제 해결을 위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프로그램 복제와 역분석 및 변경으로 인한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여부가 다루어질 수 있으므로 특별법을 통해 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Y2K 분쟁의 사전 해결과 신속·적절한 해결을 위해 특별재판기구의 설치를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올해 12월 하순이 되어 Y2K문제가 현실화하는 시점에서 헌법상의 긴급명령권 등을 발동하는 것은 장래 위헌의 소지가 있으므로 미리 특별법을 제정하여 비상조치에 관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특별법이 제정돼 시행될 경우에만 우리는 Y2K문제에 대해 좀더 유연해질 수 있으며 Y2K로 인한 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Y2K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은 물론 관련 기관 및 업계가 더욱 전향적인 자세로 적극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