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대형 컴퓨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계 대형 컴퓨터업체들의 경영실적이 IMF사태 이후 심한 편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IBM·한국HP·한국컴팩컴퓨터 등 주요 외국계 컴퓨터업체들이 증권감독원에 보고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IMF사태 이래 사업 첫해 매출이 대부분 감소한 가운데 경영수지 실적이 크게 엇갈렸다.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지난해 매출액이 4633억원을 기록, 전년의 5291억원보다 14.2%가 감소했는데도 경상이익은 전년(562억원)에 비해 무려 26.5%가 증가한 711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당기 순이익도 97년 231억원에서 428억원으로 85.3% 정도 늘어났다.
이처럼 한국IBM의 이익이 늘어난 것은 지난 97년 말 국내 공급하는 제품환율을 달러당 810원에서 1300원으로 올리는 등 각 사업분야의 환율적용을 크게 높여 영업외 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인데 실제로 지난 한해 동안 남긴 외환차익만도 162억원에 이르렀다.
한국HP(대표 최준근)는 98년 회계연도(97년 11월∼98년 10월) 동안 매출액이 8320억원으로 전년(8985억원)에 비해 7.4%(665억원) 정도 줄어들었다. 또 경상수지는 13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여 국내 진출한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반전됐음은 물론 당기 순손실도 20억원에 달해, 전년에 90억원의 순익을 올린 것과는 대조를 보여 IMF 여파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컴팩컴퓨터(대표 강성욱)는 흡수통합한 한국디지탈과는 별도로 지난 한해 매출액이 546억원으로 전년(506억원)에 비해 7.9% 증가했으며 49억원의 경상이익을 실현, 흑자로 반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의 경우 149억원으로 전년(206억원)보다 오히려 약 27.7%가 감소하고 판매비와 일반 관리비도 30% 이상 증가하는 등 영업에 따른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대신에 외환차익과 같은 영업외 수익이 119억원으로 전년(약 6억원)보다 무려 20배 가까이 늘어나 흑자를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컴팩컴퓨터에 통합된 한국디지탈의 경우는 98 회계연도(97년 7월∼98년 6월) 현재 14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차기 이월결손금이 100억원으로 자본금 36억원 전액이 잠식된 상태다.
한편 이들 외국계 대형컴퓨터 3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한국IBM이 698%로 45%포인트, 한국HP가 854%로 109%포인트씩 각각 높아졌으며 한국컴팩컴퓨터는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윤재기자 yjlee@etnews.co.kr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