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중복편성 여전

 방송사들의 공익성 강화 선언 이후 드라마 방영편수와 방영시간은 줄어들었으나 일일연속극·주말연속극 등의 중복편성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드라마는 불건전한 소재를 다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위원회가 지난 3월 한달 동안 방송 3사의 드라마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방송 3사 TV 4채널 드라마 현황 및 문제점」 자료에 따르면 앙코르드라마의 폐지로 드라마 총 편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편(재방송 포함 9편)이 줄었으나 일일연속극·주말연속극·주간미니시리즈 등의 방송사간 중복편성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3월 현재 방송 3사의 드라마 편수는 총 26편·2720분으로 전체 방송시간의 10.4%를 차지했다. 주말 낮시간대 임시 재방송 프로그램을 포함하면 총 31편·3310분으로 전체 방송시간의 12.7%에 달한다. 이같은 수치는 드라마 편수가 총 40편·4510분으로 전체 방송시간의 18.8%를 차지했던 지난해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든 것이다.

 채널별로 보면 MBC가 10편·1030분으로 드라마 편성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SBS 6편·750분, KBS1 5편·515분, KBS2 5편·425분 등의 순서였다.

 이와 함께 채널간에 드라마를 중복편성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월화 미니시리즈와 함께 일요일 심야시간대에 3개 채널에서 드라마를 중복편성하고 있으며 2개 채널에서 일일연속극·수목시리즈·주말 앙코르드라마 등을 중복편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 오전시간대에는 3개 채널에서 연속적으로 일일연속극을 방송했다.

 드라마의 형식을 살펴보면 연속극이 12편으로 가장 많았고 「시추에이션 드라마」가 6편, 단막극과 마니시리즈가 각각 4편씩 등으로 지난해에 비해 연속극과 단막극은 감소하고 「시추에이션 드라마」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 소재를 보면 「애정」이 7편으로 가장 많았고, 「가족」이 5편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종합」이 4편, 「학원」 「직장」 「시대극」 「역사」 「농촌」 등의 소재가 각각 2편씩이었다. 지난해에는 국가적인 경제위기에 따라 평범한 가족의 일상사를 다룬 가족물과 어려웠던 시절을 돌이켜보는 시대극이 많았으나 올해는 멜로물과 직장을 다루는 드라마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시간대별 드라마 내용을 분석한 결과 불건전한 소재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방송 3사는 오전시간대에 주로 주부를 대상으로 일일연속극을 방송하고 있는데, 세편 모두 복잡한 애정관계를 주요 소재로 하는 멜로드라마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오전시간대 드라마가 비정상적인 가족관계와 별거·이혼 등을 소재로 하고 있어 드라마 소재의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송사의 공익성 강화 선언을 무색하게 했다.

 가족시청시간대에는 시청률 경쟁에 따른 무리한 상황설정과 연장방송 등의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드라마에 대해 총 31건의 제재조치를 내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드라마 제재건수보다 5건이 많은 것이다.

 제재 종류별로 보면 「시청자에 대한 사과」 2건, 「경고 및 연출자 경고」 1건, 「경고」 5건, 「주의」 23건 등이었다. 채널별로는 MBC가 1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KBS2와 SBS가 각각 7건, KBS1은 2건 등이었다.

 제재사유별로는 「간접광고」가 8회로 가장 많았고, 「사회윤리 및 건전한 생활기풍 저해」가 6회로 그뒤를 이었다. 이밖에 「위법행위 고무 방조」 5회, 「신중치 못한 폭력 묘사」와 「어린이·청소년 인격 형성 및 정서함양 저해」가 각각 4회씩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지나친 폭력묘사는 줄었으나 건전한 사회윤리와 어린이·청소년 정서를 저해하는 내용과 위법행위를 방조하는 내용들로 제재를 받는 사례가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