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각각 케이블TV업계의 활성화와 중계유선업계에 대한 규제완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법 시행령」과 「유선방송 기술기준」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어 관련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종합유선방송법 시행령과 유선방송 기술기준 개정안은 당초 제반 행정절차를 거쳐 4월 초순께에는 공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 내용을 둘러싼 부처간 이견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데다 독임제 행정기관이 아닌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등 관련기관의 처리절차도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어 『이러다가는 4월은 커녕 5월에도 힘든 것이 아니냐』는 업계관계자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문화부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종방법 시행령은 복수 케이블TV방송국(MSO), 복수 케이블프로그램공급사(MPP), SO와 PP간 교차소유 등에 관해 구체적인 규정을 담고 있는 등 현재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케이블TV업계의 M&A 움직임을 법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근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부는 이 시행령을 지난 3월 4일 입법예고했으나 아직까지 공포·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모법인 종합유선방송법이 이미 국회를 통과한 상태여서 케이블TV업계의 M&A 등에 별 지장을 주지는 않고 있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시행령이 빨리 공포 시행돼야 마음 놓고 일을 추진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정부 여당이 오는 5월중 통합방송법을 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어서 종방법 시행령은 한시적으로 시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될 수 있는 한 빨리 처리되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별한 쟁점이 남아 있어서라기 보다는 행정적인 절차 때문에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가 전송망사업자의 등록요건과 준공기간 연장 등의 조항에 대해 문화부측에 이견을 제출했으나 특별한 쟁점사항은 아니다.
업계는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의 일정을 감안할 때 5월에나 시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통부가 추진중인 유선방송 기술기준도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의 심사과정을 남겨놓고 있다. 정통부는 유선방송 기술기준을 개정해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최소한 갖춰야할 시설기준만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그 이상의 시설 설치는 사업자들의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계유선사업자들은 역무 범위 안에서 지금보다는 훨씬 많은 방송채널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통부가 추진중인 규제완화 방안에 대해 문화부가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어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되고 있다. 문화부측은 중계유선의 방송용 주파수대역에 관한 규정을 폐지할 경우 중계유선사업자들이 무분별하게 녹음·녹화채널과 해외 위성방송 재전송채널을 운용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문화부측은 현재 중계유선의 시설기준을 54∼216㎒로 제한하고 채널간격도 6㎒로 하자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케이블TV방송협회측도 정통부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현재로선 유선방송 기술기준에 관한 중계유선과 케이블TV간 시각차는 매우 크다.
양업계의 주요 현안 중 하나인 두개의 개정안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지 그리고 양부처의 의견이 과연 어느 정도 관철될지가 주목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