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보연구기반팀장
인류에게 유사 이래 흥망성쇠의 무대는 물리공간이었다. 인류는 도시를 건설하고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를 내고 재화를 생산해 왔다. 그러나 다가오는 새로운 밀레니엄에는 수억대의 컴퓨터와 수천의 네트워크, 다종다양한 소프트웨어 등으로 형성되는 전자국토의 전략적 구축과 활용을 통해 국부를 창출하고 생활의 질을 추구하는 「전자공간(Cyberspace)시대」가 되지 않을까.
산업혁명이 우리 삶의 터전을 농촌에서 도시로, 기간산업의 기축을 농업에서 공업으로 이동시킨 과정이었다면, 정보혁명은 우리의 생활무대와 고용창출의 기반을 지리공간에서 전자공간으로 옮겨 놓는 대역사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전자공간화」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사적 대변혁을 신국가 창조전략으로 접목시킨 것이 최근 정통부가 발표한 「사이버코리아 21」정책이다. 이 비전에 의하면 정보화가 곧 가장 큰 국정개혁이라는 대전제 아래 2002년까지 28조원을 투자하여 지식기반국가로서 새 틀을 짜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우리의 국력을 떠받칠 전자공간을 100배로 확장하는 정보인프라 건설, 2001년까지 1000만 국민을 대상으로 정보 활용능력을 제고시키는 전국민 정보화 교육정책의 실시, 개인·기업·정부 등 모든 국가 구성주체의 경쟁력 혁신전략으로서 정보인프라의 유기적 접목 등은 기존 정책과는 획을 달리하는 발상이다.
뿐만 아니라 정보인프라상의 전자공간을 활용하여 2002년까지 70만명, 정보통신의 기술개발과 수출증대를 통하여 30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118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21세기판 뉴딜사업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21세기 국가재창조 비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범정부적 협조체제와 강력한 도전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사이버코리아 21」은 정보네트워크상에서 배태되고 있는 광활한 전자적 신대륙을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개간하고 활용하려는 신국가경영비전이다. 따라서 이 정책에 대한 국가경영목표 관리 차원의 실행전략을 담은 「사이버코리아 21 액션 프로그램」의 제정 등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국민에 대한 정보접근과 망활용이 신사회자본 확보와 기본권 확장 차원으로 그 위상도 강화되어야 한다. 이젠 전국민이 신속하고 편리하게 경제적으로 정보와 망에 접근토록 하는 「1초 정보생활권」의 보장과 24시간 상시 망접속체제의 확보를 새로운 정보통신행정의 기본이념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실현시키는 요체는 원천기술의 개발과 획득 여하에 달려 있다. 현 인터넷의 문제점을 우리 힘으로 해결하는 한국판 차세대 인터넷 개발 등 고성능 망 구축과 활용기술의 확보, 비트 단위로 환산하여 통신비용을 현재보다 수천분의 1로 삭감하는 시스템의 개발 등 21세기 정보통신기술의 획득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재택근무와 원격교육, 여성인력의 활용, 초고령화 시대 등에 대응하여 가정 및 주택의 정보기반(HII) 구축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최근 정통부가 초고속 인터넷을 갖춘 빌딩·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정보통신건물인증의 부여는 주택 정보화 정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자 공동체 거주자(Cybertizen)로서 시민의식과 건전한 사이버 문화를 창도하고, 「전자공간화」라는 신문명의 충격에 대한 대한민국의 방향정립과 대응과제를 진단하는 「전문연구기관」의 설립을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