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3년 미국 뉴욕의 한 공연장. 한국 전통악기인 꽹과리·장구·북·징소리가 한껏 어울려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물놀이라는 이름을 자리매김한 김덕수·이광수·최종실·김용배 등 4인의 미국 공연이 아시아소사이어티 초청으로 처음 마련된 것이다.
이를 지켜본 「벽안」의 사람들은 그것이 한국의 사물놀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어우러지는 리듬과 박자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날 공연은 대성공을 거뒀고, 메이저음반사인 워너뮤직은 논서치레이블을 통해 이 공연실황을 담은 음반을 제작, 전세계에 공급했다.
그러나 이들 4인의 공연실황 음반은 다시금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꽹과리를 담당했던 김용배가 유명을 달리했고 이 음반의 카탈로그도 그 후 역사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창단 멤버가 남긴 최초이자 마지막 레코딩 음반이 다시금 팬들을 찾아나선 것은 최근의 일이다. 워너뮤직이 이들의 뉴욕 공연실황을 담은 앨범을 찾아 CD로 재완성해 발매에 나선 것이다.
이 음반은 당시의 실황을 그대로 옮겨 담아 그들의 초창기 음악세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반주와 간주의 묘미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비나리」와 전라도 평야지대에서 전승되던 가락을 다시 짜만든 「우도굿」 연주에서는 사물놀이의 진수를 흠뻑 맛볼 수 있다. 사물악기의 특성을 살리면서 간주의 묘미를 살린 악기의 장단은 4인의 옛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보여준다.
삼천포지방에 전해지는 12차 농악을 중심으로 짜 만든 「영남농악」은 또 어떠한가. 단조롭지만 힘차고 맛깔스러운 장단은 하늘을 찌를 듯이 우렁차다.
『하늘 보고 별을 따고 땅을 보고 농사 짓고/올해도 대풍이요 내년에도 풍년일세/달아 달아 밝은 달아 대낮같이 밝은 달아/어둠속에 불빛이 우리네를 비춰주네』 말을 붙이는 부침새와 영산 다드래기의 가락 부침새를 구호와 가락으로 얽어내는 「영남농악」은 우리 가락의 힘찬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장 신명나는 경기도 가락인 「웃다리 풍물」에서는 4인의 경쾌한 연주와 쇠가락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이 음반의 복각을 추진한 워너뮤직의 서동진 클래식 부장은 『사물놀이를 세계인들에게 처음으로 알린 공연실황 앨범은 오리지널 창단 멤버가 남긴 최후의 음반이라는 음반사적 의미 외에 고인이 된 김용배(꽹과리)의 숨소리를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하고, 『절판된 희귀음반을 우리가락에서 찾아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며 사물놀이 복각작업이 결코 고된 작업의 연속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