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Industrial Robot)은 컴퓨터 수치제어(CNC) 공작기계와 함께 메카트로닉스 산업의 핵심설비로 흔히 「공장자동화(FA)의 꽃」으로도 불린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로봇을 「자동으로 제어되고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며 여러 자유도를 가지고 있어 다목적으로 이용되는 조작기계」로 정의하고 있는데, 50년대를 전후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산업용 로봇은 여러 형태로 구분된다.
동작형태에 따라 원통좌표형, 직각좌표형, 수평다관절, 수직다관절 로봇 등으로 나뉘며, 용도별로는 조립용, 용접용, 핸들링용, 도장용 로봇 등으로 구분된다. 산업용 로봇은 특히 수요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품질 및 규격의 안정화에 도움이 되고 신기술 창출, 노동환경 개선 등의 장점이 있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 산업용 로봇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 당시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생산라인을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용접, 조립라인 등 일부 특수분야에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로봇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금성통신이 착탈용 고정 시퀀스 로봇을 개발했고, 한국과학기술원이 원통좌표형 로봇을, 대우중공업이 로딩·언로딩 플레이백 로봇을, 삼성항공이 TV벌브 운반용 로봇을 개발하는 등 이미 로봇에 관한 기술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 업체를 포함해 국내 로봇 업체들은 대부분 일본을 비롯한 선진 외국업체와의 기술제휴 및 판매제휴로 CNC장치, 서보모터, 하모닉 드라이브 등 핵심부품들을 수입, 국내에서 조립생산하거나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80년대 말부터 산업 전반에 불어닥친 자동화 붐에 힘입어 급성장 가도에 접어든 로봇산업은 시장규모가 커짐과 동시에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학계 및 연구소와 공동으로 국산화에 가속도를 붙이게 된다.
국제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산업용 로봇산업은 지난 98년부터 오는 2001년까지 4년간 97년 대비 평균 9.02% 가량 증가한 총 41만3000대의 로봇이 추가로 도입되는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협회는 97년 전세계에 새로 도입된 산업용 로봇 규모가 8만4900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또 오는 2001년까지 한국과 대만을 포함한 여타 아시아 국가의 로봇 수요는 97년 대비 70%까지 급증하고 미국과 유럽 지역의 수요는 50%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과 싱가포르는 여타 주요 로봇 사용 국가보다 단순형 로봇 설치대수가 많기 때문에 두 국가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의 수요가 2001년까지 타지역 국가보다 현저히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도 산업용 로봇시장 전망 자료에서 오는 2005년 로봇 생산액은 8450억원에 달하고 수요는 1조원이 넘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97년 말부터 불어닥친 IMF 한파로 지난 97년 산업용 로봇 생산 및 출하실적이 90년대 들어 처음 감소한 데 이어, 98년에도 산업용 로봇 생산실적은 전년대비 50% 수준에도 못미치는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회장 권영렬)가 집계한 「98년 산업용 로봇 생산 및 출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대우중공업·두산기계·삼성전자·LG산전 등 7대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들의 로봇 생산액은 총 565억원에 그쳤다. 이는 로봇 생산이 크게 감소했던 97년보다 52.0%나 줄어든 수치다.
산업용 로봇산업은 급속한 경제발전과 3D업종 기피현상을 반영하듯 96년 생산실적이 지난 90년의 5배 가량인 1476억원에 달하는 등 90년대 들어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적이 없었으나, 97년 전년대비 20.2% 감소세를 보이면서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2년 연속 생산실적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물론 이같은 감소세는 IMF 관리체제 본격화로 자동차, 전자를 비롯한 산업계의 설비투자가 크게 줄어든 데다 핵심기술 및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바뀐 시장환경에 대응할 만한 고기능, 저가격 제품을 효과적으로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용 로봇 제작업체들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불황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이라는 기본적인 대안을 포함한 다양한 탈불황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가 글로벌 소싱과 국산부품 채용을 확대하고 공작기계 및 각종 자동화기기를 연계하는 시스템영업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 구미에 맞는 중저가형 제품과 전용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동시에 대리점망 신설 및 확충과 계열사 판매망을 최대한 활용해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이처럼 로봇업계가 「생존을 위한 전쟁」을 펼치는 것은 공작기계 등 타 FA산업 내수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점차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과 달리 올 들어 더욱 위축되고 있어 올해도 불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산업용 로봇업계의 생산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단기적 대응으로는 로봇업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로봇업체간 부품조달 및 제품개발을 위한 공조체제가 확립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국내 로봇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산·학·연·관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며 정부의 로봇산업 정책부재 현상도 속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점에서 열리는 「국제 로봇 및 자동화기기전(KIRAS 99)」은 국내외 수요를 촉진시켜 산업용 로봇 업계의 막힌 활로를 뚫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가 주관, 28일부터 5월 2일까지 5일간 여의도 종합전시장(SYEX)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기아중공업·대우중공업·터보테크·현대정공·화천기계·오쿠마 등 한국과 일본·독일·대만 등 5개국에서 50개에 달하는 업체가 참가, 첨단 로봇 및 자동화 관련 기기와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특히 국내에서 실용화되고 있는 1축제어를 이용한 아크용접 및 센싱로봇시스템, 하이 스피드 아크용접 로봇시스템, 서보 건 스폿 용접 로봇시스템, 펠레타이징 및 겐트리 로봇시스템과 CNC선반, 머시닝센터 등 정밀 자동화시스템 400여점이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리니어 모터, AC 서보모터, 볼 스크루, LM가이드, CNC장치 등 자동화 관련 핵심부품들도 다수 선보인다.
한편 공작기계협회 정종현 전무는 『최근 들어 설비운영 효율화를 위한 유연생산시스템(FMS) 및 컴퓨터 통합생산(CIM) 시스템 도입 증대에 따라 로봇 운용체계 및 타 FA장비와의 통신체계에 대한 표준화가 요구되고 있어 PC의 체계를 표준사양으로 하는 개방형 구조의 로봇 제어기의 필요성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이와 함께 가격을 크게 낮추고 로봇 수요자 측면에서의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할 때 제조업뿐 아니라 보건의료, 농림수산, 건설, 토목, 청소, 경비, 서비스 등 일상생활에도 적용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