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주권상실" 위기

 통합방송법 제정 지연으로 국내 위성방송사업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외국 위성을 이용한 위성방송사업 참여 움직임은 크게 활발해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이들이 국내 위성방송시장을 선점, 국내에서 정식으로 위성방송 사업자 허가를 받아 방송사업을 준비중인 위성방송사업자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거나 사업기반 자체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에 본사를 둔 동양위성방송(OSB)이 미국의 팬암 2호 위성을 이용해 한반도·일본·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위성방송을 송출, 호응을 얻자 하나로위성방송·한미위성방송 등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외국의 위성체를 이용해 위성방송을 송출하거나 이른 시일 내에 송출할 예정이어서 향후 국내 방송사업자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장 먼저 외국위성을 이용해 위성방송사업을 개시한 OSB는 일본 진출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국내 방송시장에서 점차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데, 현재 종합·기독교·홈쇼핑 등 3개 채널을 운용하고 있다.

 OSB는 그간 방송계 일각에서 프로그램의 국내 송출을 문제삼자 4월부터는 아예 송출시설을 일본 동경으로 이동해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다. 6월께부터는 팬암 8호 위성을 이용해 미주 지역을 대상으로 위성방송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미주 지역에 기반을 둔 것으로 알려진 하나로위성방송은 이르면 상반기 중에 한국의 관광과 문화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한국 홍보채널인 「원TV」를 개국한다는 방침 아래 최근 위성사업 준비단을 발족시켰다. 이 회사는 팬암의 위성체를 이용해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을 우선적으로 공략하고 점차 미주지역 등으로 방송권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하나로위성방송은 한국어·영어·중국어 등 다국어 채널을 운영할 예정인데 이르면 6월부터 방송을 송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개국한 한미위성방송(KAS) 역시 현재 외국의 위성체를 활용해 기독교·홈쇼핑 등의 프로그램을 국내는 물론 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 지역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들 사업자와 성격은 다르지만 케이블TV 외국어 채널인 아리랑TV 역시 홍콩의 아시아샛 3호기를 이용해 6월부터 디지털 위성방송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제공하고 8월부터 본방송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아리랑TV는 국가홍보 채널인 점을 감안해 국내에 업링크 시설을 완비할 예정인데 이미 아시아샛·한국통신 등 위성사업자와 위성체 사용 및 채널 송출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아리랑TV는 우선 중국어와 영어로 국가홍보 채널을 운영할 계획인데 현재 지상파 방송사와 위성방송 프로그램의 방송권을 협의중이며 프로그램 편성 및 마케팅 활성화 방안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