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통신포럼(회장 임복진 의원, 책임연구원 정호선 의원)은 지식정보사회로 이행을 촉진할 수 있도록 관련법과 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관계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정보통신·과학기술 관련법 제·개정 공청회」를 29일 국회 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국회와 정부 그리고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 과학기술 관련법의 현황과 개선방향을 비롯해 각종 규제제도의 개선방향 등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정보통신사업 선진화와 규제 제도-이상호 한국통신 국장>
정보통신사업은 국가전략적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나 규제제도는 그간 상당한 수준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아직 선진제도와 거리가 있다. 지속적 정보통신사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제도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OECD에서는 정보통신분야 규제제도의 국제적 표준화를 위해서 회원국의 규제현황을 평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를 99년도 규제심사 대상국으로 지정해 규제평가 후 권고사항을 제시할 예정으로 있다.
규제선진화의 기본 전제로는 규제비용 및 규제대응 비용을 최소화하고 규제체계 및 행정절차 개선을 통해 규제완화 효과가 실제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제기관은 신규사업자 선정 및 보호위주의 규제정책을 제고하고 규제의 간결성과 투명성을 지향해야 한다. 사업자도 규제 편승적 전략을 탈피하고 수익제고를 위한 적극적 경영 및 경쟁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선진적 규제제도로의 개선을 위해서는 첫째, 지나친 역무세분화와 동일 역무제공사업자간 규제 불균형, 국제재판매의 지나친 규제완화로 국제정산수지 악화를 초래하고 있는 통신사업 구도의 개편이 필요하다. 둘째, 통신요금의 규제에 있어 실질적인 신고제를 정착시키고 인가제는 가격상한제 등 인센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규제는 사업자간의 자율적 협력과 경쟁을 통한 시장질서 형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정보화 촉진을 위해 설비 기반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적 자원인 관로시설 등 공동사용권의 원활한 이용을 보장해야 하며 무분별한 자가통신설비 설치를 제한해야 한다.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특별법" 문제점-이충희 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특별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부처별로 시행되고 있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해 과학기술부 특정연구개발사업의 관리주체인 과학기술평가원이 사업의 운영과 평가를 동시에 담당함에 따라 평가 결과의 객관성·신뢰성·투명성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 또 부처별 기술개발 지원활동에 대한 종합조정의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기부의 추진사업에 대한 조항이 포함돼 있어 부처별 사업에 대한 종합조정의 근본 취지를 희석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운영자금 및 인건비 부족으로 과거 주무부처인 과기부·산자부·정통부 등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과제를 수탁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및 연구 종속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불안정한 연구환경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기술능력 축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기술 하부구조 구축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최근 각 부처가 창업보육센터·우수연구센터(ERC·SRC)·지역협력연구센터·테크노파크 등 기술개발에 필요한 하부구조를 지역별로 구축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막대한 초기투자를 요구하고 있으나 부처별로 연계성 없이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투자에 대한 효과성·중복성 측면에서 상당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기술개발관련 정책금융의 중복과 과학기술 인력 양성의 취약성, 기술확산에 관한 문제점, 지방과학기술진흥과 관련 법·제도의 문제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과학기술관련 법령의 문제점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과학기술기본법」이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모법이 되도록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또는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법으로 위상을 격상시켜야 한다. 또 「정부출연 연구기관 운영에 관한 기본법」도 개정, 연구회와 정부부처에 이원화돼 있는 예산·사업의 구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기관고유연구사업에 대해 인건비 및 기관운영비를 인정해야 한다.
<법제 현황과 개선 방안-송종국 과기정책관리연구소 연구위원>
현재 과학기술 관계 법령은 80여개를 훨씬 웃돌며 과학기술관계법령을 검토할 때 30여개의 위원회, 100여개의 국·공립연구기관, 40여개의 과학기술계획 등 각종 법적 장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입법 수요가 많아진 요인도 있지만 관련 부처가 경쟁적으로 기존법령과 새로운 법령간의 연계를 모색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양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정책의 효율적 집행과 과학기술을 둘러싼 국제질서 및 규범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과학기술 관계법과 제도가 명료성·객관성·투명성의 관점에서 정비될 필요성이 절실히 요청된다.
제도정비를 위해서는 먼저 과학기술 관계법제를 체계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다음에는 각종 과학기술 관계법령을 과학기술 그 자체의 진흥을 위한 법령, 과학기술의 어느 한 특별 분야의 진흥을 위한 법령, 특정 산업분야의 기술진흥을 위한 법령 등으로 구분해야 한다. 또 법집행의 효율성이 저해가 되는 부분을 제거하여야 한다.
예컨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경우 첫째, 연구개발사업의 목표와 계획 및 정책수단간 연계성을 높이고 둘째, 연구개발사업의 계획의 종합적인 조정장치를 강화하고 셋째, 연구개발사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기예산제도를 도입하며 넷째, 연구개발사업의 시행이 기술 예측과 면밀한 기술수요조사에서부터 연구사업의 관리 및 평가를 강화할 수 있게 제도적 보완이 요청된다.
법제정비작업은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을 필두로 법 상호간 연결장치를 마련해 나가며 각 법상 문제가 될 수 있는 특정성을 배제해 국제적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하고 연구개발주체의 창의성이 경쟁적으로 최대한 유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개발된 결과가 우리 산업발전에 최대한 기여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신중히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지식정보사회 법.제도 선결과제>
사회변동과 법의 상호관계는 일반적으로 법이 사회변동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선후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정보사회에 대비하는 제도 마련에 반영되면 입법자는 일단 사회 변화추이를 관망한 후에 사회로부터의 법개정 요구가 충만한 경우에 이에 대응하는 소극적 태도를 낳기 쉽다.
하지만 입법자의 소극적 태도가 반드시 정보통신기술이 창출하는 새로운 인간의 활동영역을 규제가 없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서 그 공간의 발전을 촉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법을 그대로 새로운 공간에도 연장해 적용하려는 획일성을 낳기 쉽다.
아톰세계에서 비트세계로 변화가 필연적인 역사적 방향이라고 할 때 새로운 세계에 적합한 법제도를 시의 적절히 마련하는 것이 지식정보사회에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비약할 수 있는 방안이다.
산업사회의 법을 지시정보사회적 시각에서 재검토하기 위한 우선 과제로는 △전자상거래의 법적 기반 정비 및 소비자 보호 △온라인상의 무분별한 규제는 인터넷 활성화에 장애 △기업정보화 촉진을 위한 정보지원 필요 △전자공간에서 지적재산권 권리자와 이용자의 이익균형 △전자민주주의 구현을 통한 참여민주주의의 활성화 △공공기관의 정보자원관리법 제정필요 △실효성 있는 교육정보화를 위한 제도적 환경 마련 △정보시대를 대비하는 법원의 소송.행정절차 개선 △산업사회형 규제제도는 SOHO 등 디지털 경제의 기업활동 저해 등을 들 수 있다.
<효율적 연구개발 위한 관리제도-양승택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총장>
정부연구개발 투자증가율을 재정규모 증가율(5.9%)보다 높은 연평균 10%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 확정됐다. 이제 확보된 연구예산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우수한 결과를 생산해 국가경제 및 국민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과학기술인의 몫이 됐다.
예산집행을 적절히 관리하고 연구결과를 정확히 평가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또 이러한 업무수행에서 과거의 방식과 달리 개방화되고 경쟁이 심화된 환경에서 이길 수 있는 효과적인 연구개발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본적으로 연구개발의 수행은 연구자가 하게 될 것이므로 연구자들이 자율적이고 효율적으로 책임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관리규정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연구개발의 전과정은 연구과제의 선정 및 예산책정, 연구수행 및 예산집행, 연구결과평가 및 정산, 개발기술의 이전 및 기술료 회수 등의 단계로 이루어지고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연구개발자와 연구개발 지원그룹간 원활한 협조가 필수적이며 이를 감시하는 감사활동도 중요하다. 예산집행과정에서 용역이나 기자재구매 등은 연구책임자의 판단하에 집행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민간기업형 관리제도로 개선돼야 한다.
절감된 경비는 참여원의 인센티브로 사용될 수 있어야 하며 연구결과의 기술료 수입은 전액 연구기관에 적립돼 미래연구에 사용돼야 한다. 또 감사를 위한 연구가 되지 않도록 연구개발자가 책임지고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고 이제는 100% 전수감사보다는 평균 감사지적률에 따라 감사빈도를 결정해 표본감사를 함으로써 감사내용은 동일하게 하면서 감사대비 시간을 줄여야 한다.
<정리=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