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CR생산 세계1위 "눈앞"

 세계 VCR시장이 재편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VCR공급업체인 일본의 중견업체들이 속속 VCR생산을 포기하면서 그 공백을 국내 가전업체들이 메워가고 있어 조만간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VCR공급기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세계 VCR 시장은 일본의 마쓰시타와 소니가 월등한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연간 600만∼1000만대의 VCR 생산량을 유지하며 앞서가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LG전자와 삼성전자가 OEM 및 자체 브랜드 생산량을 늘려가며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간 생산능력 500만대 이하인 일본의 중견 VCR업체들이 VCR의 부가가치가 점차 낮아짐에 따라 자체생산을 포기한 데 이어 해외생산거점인 중국과 동남아 공장에서마저 생산을 포기하고 한국으로부터 OEM으로 공급받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시장판도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가전업체들이 전략적으로 육성해왔던 해외현지공장에서조차 VCR의 생산을 축소 또는 포기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경우 위안화의 강세로 중국산 일제 VCR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동남아 공장은 통화위기가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생산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역내 현지공장의 장점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가전업체들이 이같은 세계적인 조류에 적극 대응해 자체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서는 한편 생산성 향상 등으로 경쟁력을 갖춰 일본업체들의 OEM물량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VCR시장에서 최대의 공급기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실제 이같은 조짐은 벌써부터 시장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최근 도시바 150만대, 아카이 70만대에 달하는 물량이 각각 삼성전자와 LG전자로 넘어온 바 있다.

 이들 업체 외에 연간 VCR 생산능력이 150만∼270만대 규모인 미쓰비시·히타치·산요 등도 1∼3년내에 VCR의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돼 이들 업체의 물량이 한국으로 속속 넘어올 수도 있다는 게 국내 업계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이런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이 프랑스 톰슨이다.

 대우전자가 톰슨에 연간 150만대를 오는 99년까지 생산·납품키로 돼 있지만 대우전자가 빅딜대상업체로 거론돼 톰슨이 새로운 거래업체를 물색할 경우 세계 VCR시장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후나이 등 일본 전문업체들이 톰슨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수주전을 전개하고 있지만 톰슨의 OEM 전략이 분산·안정지향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본보다는 한국 업체가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게 국내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어쨌든 연간 450만∼550만대의 생산능력으로 세계 5∼9위권인 국내업체들이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세계 제1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 스스로 급변하고 있는 세계 VCR시장의 흐름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해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