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암호기술 확보 왜 중요한가

 전자상거래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각종 국내외 조사기관들이 전자상거래 시장의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자상거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 보안기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에서 통신망을 통해 전달되는 신용카드 번호나 개인신상 정보와 같은 중요한 정보에 대해 적절한 보안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인터넷상에서 거래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지금 전자상거래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암호기술 확보 및 관련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암호기술 분야가 갖는 안보적인 측면이나 경제적인 측면의 특성과 중요성은 미국의 암호정책 추이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은 테러국가나 집단의 오용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40비트 이상의 암호기술에 대해서는 수출을 금지해 오다가 작년 7월부터 제한된 국가에 한해 56비트 이하의 암호기술 수출을 허용한 바 있다.

 한편 작년 12월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바세나 협약국인 33개국이 64비트 이상의 암호기술의 수출을 제한하는 새 협약을 체결했다. 사실상 미국의 주도로 이뤄진 이 협약은 미국을 제외한 128비트 암호기술을 확보한 국가들의 수출을 제한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진 측면이 강하다.

 암호기술의 통제에 대한 필요성과 암호 업계에 대한 수출 허용으로 얻어지는 경제적인 이익 확보 사이에서 치밀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 암호 관련기술의 장악을 통해 2000년까지 600억 달러 이상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의 암호기술 수준도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 수준에 상당히 근접해가고 있다. 학계와 관련 기관에서 암호관련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표준 암호 알고리듬 제정과 같은 암호정책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국제표준 제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업계 쪽에서도 암호 전문업체들이 자체 기술력으로 128비트 이상의 암호화기술을 확보해 활발히 제품 공급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보안서비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곳은 가상 증권사와 쇼핑몰 분야다. 특히 이트레이드를 위시한 사이버증권사들이 미국의 전자상거래 분야를 리드하고 있는 추세가 국내에서도 그대로 재현돼 사이버 주식거래가 폭발적인 증가추세를 보이며 국내의 전자상거래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이들 가상 쇼핑몰이나 사이버 주식거래에서도 역시 핵심기술은 암호기술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서비스가 국내에서 개발된 128비트 암호기술을 채용하고 있지만 보안도가 떨어지는 외국산 40비트 암호에 기반한 서비스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보안서비스를 위해서는 128비트 이상의 암호기술을 채택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러한 허술한 보안 서비스의 문제점과 함께 간과해서는 안될 근본적인 위험성이 존재한다. 이는 외산 암호 솔루션에 기반한 각종 서비스가 국가의 보안 자체를 담보로 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전세계 금융권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DES라는 알고리듬은 아직까지도 미국 정부에서 트랩도어를 만들어 놓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토록 암호기술 수출을 꺼리는 미국이 수출규제를 어느 정도 완화했다면 거기에는 그에 상응하는 부가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다.

 앞선 기술을 가진 외국의 일반 소프트웨어나 컴퓨터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과 보안제품을 구입해 운용되는 시스템의 보안을 유지하는 것과는 엄연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외산 보안제품을 적절한 확인절차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은 경쟁사에게 경비용역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암호기술을 전략물자로 분류해 수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암호기술은 정보화 전쟁시대의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암호를 포함하는 보안기술의 외국 종속 가능성을 방치한다면 어느 순간 국제 정보전 시대에서 완전히 무장 해제돼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연구소와 학계에서 이뤄지는 암호관련 연구활성화를 위한 지원은 물론 국내 보안산업 육성을 통해 전자상거래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정문술 미래산업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