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서버가 중대형컴퓨터 시장의 간판주자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이는 전산환경이 개방형시스템으로 급속히 전환하는데다 고성능을 무기로 메인프레임 영역까지 활동무대를 넓히면서 중대형컴퓨터 시장에서 차지하는 지배력이 한층 커지고 있기 때문.
올 들어 유닉스서버 시장은 IMF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을 일단락지은 금융권과 대기업, 공공기관들이 그동안 미뤄온 전산투자를 집행하면서 유닉스서버의 도입이 활기를 띠며 유닉스서버 수요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상황이다.
연초 증권사들이 앞다퉈 구축한 인터넷 트레이딩시스템에 이어 통신서비스 업체와 대형 제조업체 등에서 데이터웨어하우스(DW)와 종합고객관리(CRM),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등의 도입사례가 크게 늘어나면서 유닉스서버 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닉스서버를 중심으로 한 서버통합(콘솔리데이션) 시장이 올 들어 새롭게 부각되면서 유닉스서버 업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33% 정도 증가한 4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거대시장을 놓고 한국HP를 비롯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한국IBM·한국컴팩컴퓨터·한국실리콘그래픽스·시퀀트코리아·한국유니시스·한국후지쯔·지멘스정보시스템 등이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한국HP,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 한국IBM 등 빅 3사. 이들은 세계 유닉스서버 시장에서 전통적인 강세를 보여온 업체로 국내에서도 이 부문에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올 들어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주요 외국계 중대형컴퓨터 업체들이 그동안 철옹성으로 여겨온 국산 주전산기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는 것. 이들은 조달시장 개방과 더불어 그동안 심한 적자에 시달려온 현대정보기술, LG전자 등 국내 주전산기 업체들이 주전산기 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 국산 시장 대체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HP, 시퀀트코리아 등 일부 외국계 중대형컴퓨터 업체는 국산 주전산기 시장을 단숨에 장악하기 위해 기존 국내 주요 업체나 유력 시스템통합(SI)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자사의 하드웨어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대량 공급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HP는 LG전자와 자사의 유닉스서버인 「D, K, V 클라스」에 대한 OEM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시퀀트코리아는 현대정보기술에 중저가형 유닉스서버 「누마Q 1000」을 OEM으로 공급, 주전산기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퀀트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말 실시된 체신금융분산시스템 입찰에서 주전산시스템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공공기관 등 주전산기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유닉스서버 업체들이 전자상거래(EC) 업무 등에 강점을 지닌 고성능 유닉스서버를 선보이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국IBM은 이달 들어 64비트 「RS64Ⅱ」 프로세서 4개와 AIX 운용체계(OS)를 탑재하는 등 기존 유닉스서버 기종에 비해 75% 정도 인터넷 웹 성능을 향상시킨 인터넷 전용서버 「RS/6000 H70」을 선보여 신규수요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HP도 최대 440㎒ 「PARISC8500」 프로세서를 8개 탑재한 고성능 유닉스서버 「HP9000 N 클라스」를 선보이면서 EC, 데이터웨어하우스(DW),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 등을 겨냥, 공급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극심한 수요부진에 시달려온 유닉스서버 업체들이 경쟁사의 시스템을 밀어내고 자사의 제품을 공급하는 이른바 윈백(Winback) 현상이 한층 가속화하고 있는 현상도 유닉스서버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업체들의 이같은 「경쟁사 고객 빼앗기」가 가열되면서 유닉스서버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유닉스서버시장이 활황세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마케팅과 이벤트 등을 통한 영업력 강화와 우수한 솔루션을 갖춘 유력 소프트웨어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올해 유닉스서버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간 경쟁은 갈수록 불을 뿜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