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중학생 可" 판정 의미

 지난주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공진협)가 재심의 신청이 들어온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대해 「중학생(12세 이상) 관람가」 등급판정을 내림으로써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각된 「스타크래프트 논란」은 이제 수습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재심의를 통과한 수정판 스타크래프트는 작년에 「연소자(만18세 이하)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던 원작에 비해 네 군데가 삭제된 것이긴 하지만 이 게임을 청소년에게 대여한 혐의로 게임방업주가 구속되는 상황은 더이상 벌어지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게임방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는 반응이다.

 또한 지난 3월 말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공진협과 상반된 「적합판정」(청소년 이용가능)을 내림으로써 조정권 행사에 나섰던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 보호위원회」의 고민도 자연스럽게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수정판 스타크래프트는 패키지 포장에 「스타크래프트 틴(Teen)」이라는 새 이름이 붙게 되며 매킨토시 및 IBM PC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CD」로 제작돼 이 제품의 판매원인 한빛소프트(올 초 LGLCD에서 분사)를 통해 곧 공급될 예정이다.

 문제가 된 부분만 뺀다면 재심의 결과가 「중학생 관람가」나 「고등학생 관람가」 정도로 나올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고된 사실이었지만 심의기관과 수입원이 서로 체면과 실리를 살려주는 방향으로 심사숙고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수정판이 원본과 다른 모습을 갖추게 된 이유도 공진협이 1년 만에 심의등급을 2단계나 낮춰준 사례가 없었던 점을 들어 수정판이 원본과 구분되는 형식을 갖춰줄 것을 LG(한빛)측에 주문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스타크래프트의 확장팩 「브루드워」는 작년 말 「연불」 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최초 심의일로부터 1년이 지나야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는 공진협 심의규정에 묶여 일단 재심의가 유보됐다.

 이에 대해 LG측은 『브루드워는 자체 내용만으로는 「고등학생 관람가」 수준이었으나 작년 말 심의 당시 「연소자 관람불가」 등급이었던 스타크래프트와 연계해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연불」 판정을 받았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스타크래프트가 「중가」 등급을 받은 만큼 재심의를 위한 유예기간이 충족되지 않았더라도 공진협에 의사타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브루드워의 재심의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와 브루드워가 「연불」의 멍에를 벗었다 해도 그동안 단속됐던 게임방업주들의 구제는 여전히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원본과는 다른 수정본」의 등급이 하향조정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선 지난 3월 초순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당시 한국인터넷PC대여업협회)가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스타크래프트 연불등급 취소 및 행정처분 효력정지」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연불 등급에 근거한 단속이 불법」이라며 제기된 행정처분 효력정지 소송은 행정법원에 의해 기각 당했으나 「스타크래프트 연불등급 취소건」은 지난달 27일 1차 심리가 열린 데 이어 이달 하순 2차 심리가 예정돼 있다.

 스타크래프트 심의등급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상 작년 하반기 이후 게임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불거진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유통과정에서 여과기능을 하지 못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게임물 등급제도와 국내의 게임심의제도의 맹점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관계당국과 관련업계 전반에 커다란 자극제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