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를 흡수 통합하는 현대전자가 가장 최우선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이른 시일안에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데이터퀘스트 등 세계 반도체시장 조사업체들이 예상하고 있는 D램의 호황기는 올해부터 2001년까지 약 3년간이다. 2002년부터 지난 96∼98년의 혹독한 불황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 호·불황이 극명하게 갈리는 D램 산업은 「호황기 3년동안 벌 수 있을만큼 벌어놓아야 보릿고개 3년을 버틸 수 있는」 특이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현대-LG 통합사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통합에 따르는 절차가 길어질수록 수확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빅딜이 결정된 이상 소모적인 과정은 최소화하고 안정적 회사 출범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선결해야 할 과제는 역시 고용안정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미 LG반도체는 통합협상 과정에서 「조업중단」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겪었다. 생산라인 가동 중단은 반도체업체에 매우 치명적이다. 가동 중단 기간의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중단된 라인을 정상화하는 데 소모되는 자원과 시간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합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LG반도체 직원들의 사기가 급격히 저하돼 생산성이 크게 악화돼있는 상태다. 핵심 엔지니어들의 유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올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또 하나의 핵심 과제는 생산라인 통합 등 기술적인 부분이다. 반도체는 생산 공정을 얼마나 일관성 있게 유지하느냐가 수율 등 생산성의 핵심요소다.
하지만 양사의 생산라인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 적지 않은 어려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이 문제는 반도체 빅딜의 기본 목적인 경쟁력 향상과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 역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에 대해서는 현대전자가 반도체사업 합병 합의 이후 곧바로 라인 조정 작업에 착수한다 하더라도 상당기간 각자의 방식대로 제품을 계속 생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고려할 때 합병사는 기존의 D램 생산라인을 그대로 유지한 채 당분간 별개 생산라인으로 운영하되 실질적인 생산 라인 통합은 차세대 제품인 256MD램 3세대 제품 생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통합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D램업체가 등장하느냐의 여부는 결국 이러한 인적·물적 부문의 완벽한 통합이 가능할 것인지에 달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더 나아가 양사 통합의 성패는 국내 반도체 산업은 물론이고 경제 위기에 처한 국내 산업 전체의 생존에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