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사들의 국산 만화영화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사들은 문화부의 국산 만화영화 육성책에 의거해 국산 만화영화 편성비율을 대폭 상향 조정했으나 국산 만화영화 제작건수가 부족해 재방 비율이 턱없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산 만화영화 의무편성비율을 지키기 위해 재방할 수밖에 없는 데다 국내 만화영화의 경쟁력이 일본·미국 등 수입 만화영화보다 크게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플이되고 있다.
현재 KBS와 MBC는 문화부의 국산 만화영화 육성책에 의거, 전체 만화영화 방영시간 가운데 25%(50분) 이상을 국산 만화영화로 편성하고 있고 SBS도 15%(30분) 이상을 국산 만화영화로 편성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방송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4월 현재 지상파 방송3사가 방송중인 16편의 어린이 만화영화 가운데 재방송 프로그램은 45.8%인 7편(405분)을 차지했는데 국산 만화영화의 경우는 6편 중 4편(71.4%)이 재방송 프로그램인 것으로 조사돼 방송사들의 국산 만화영화 편성전략이 「면피용」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MBC는 97년 11월 방영됐던 「영혼기병 라젠카」와 작년 5월 방송됐던 「바이오캅 윙고」 2편의 만화영화를 재방송하고 있으며 SBS는 작년 봄에 방송됐던 「스피드왕 번개」를 재방송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두 방송사의 재방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위측은 이들 방송사가 국산 만화영화의 후속 제작계획이 없어 한동안 재방 프로그램만 방송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방송3사 중 유일하게 초방 비율이 높은 KBS는 국산 만화영화인 「지구용사 벡터맨」과 「레스톨 특수 구조대」 등 2개의 초방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이같은 국산 만화영화 수급 비상은 하반기에도 문화부의 국산 만화영화 편성비율 상향 조정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는 오는 10월부터 국산 만화영화 편성비율을 방송사별로 10%(20분)씩 늘리고 내년부터는 더욱 늘린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