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니메이션산업에도 본격적으로 봄바람이 불고 있다.
「또또와 유령친구들」 「철인사천왕」 등 최근 개봉된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의 잇따른 흥행실패와 IMF위기로 잔뜩 위축돼 있던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과거의 실패를 딛고 기획단계부터 판로를 확보하거나 외국 유명 애니메이션 배급사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즈니·드림웍스 등에 버금갈 100% 3차원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기획, 데모용 프로그램을 제작해 해외 판권수주에 나서는 등 3D 애니메이션에 집중적으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그동안 국내 애니메이션업체들의 가장 근본적인 취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기획·마케팅력 보강과 투자비 확보 문제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다.
게다가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개관, 춘천시의 해외투자유치, 부천국제대학애니메이션축제 등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민·관·학 차원의 공조체제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이같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산 애니메이션 창작활동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최근 독립프로덕션인 Y&B커뮤니케이션스(대표 제갈용)가 기획하고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디지털 봉 스튜디오(대표 김득환)가 제작을 맡은 SF 애니메이션 「릴리스(Releath)」가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배급업체인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코퍼레이션(GETS)으로부터 400만달러에 달하는 사전판매보장(Deal Memo)을 받았다.
이는 「용가리」가 지난해 칸 견본시에서 받은 270여만달러의 딜 메모보다 1.5배가 많은 것이어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 사이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이 「릴리스」는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 차원에서 TV방영·게임·캐릭터 등 각종 관련사업을 병행할 계획인데다, 3D 애니메이션이 사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 모션 캡처 데이터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방법에서 새로운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낳고 있다.
「릴리스」는 이미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고 15분짜리 데모용 프로그램을 완성해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늦어도 내년 초에는 극장에 내건다는 계획이다.
필름앤웍스양철집(대표 김문생)도 현재 SF물로 「원더풀 데이즈」를 제작하고 있다. 그동안 200여편이 넘는 광고작업을 했던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지원과 영화진흥공사의 판권담보대출로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완성하고 본격적인 콘티작업에 들어갔다.
이 작품은 셀 캐릭터와 3D 컴퓨터그래픽을 접합하고 미니어처 등을 활용해 실제감을 높여 내년 하반기에 상영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최근 추진되고 있는 국산 3D 애니메이션으로는 오페라와 서울대 휴먼애니메이션연구단이 공동 제작중인 「아크」와 빅 필름의 「엘리시움」, 서울무비의 「누들누드」 등이 있다.
국내 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관계자는 『디즈니·드림웍스 등을 비롯, 전세계 유명 애니메이션업체들이 앞다퉈 3D 애니메이션 쪽으로 작업을 변환하고 있다』며 『이제 시작인 만큼 국내 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여 기회만 잘 잡는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