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전자는 64인치급 초대형 디지털TV를 선보였다.
이는 지난 40년간 지속돼온 국내 아날로그형 가전산업이 디지털 가전시대로 전환되고 있음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날로그 가전이 디지털 가전으로 전이된다는 것은 국내 전자산업은 물론 국내 전자부품산업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가전의 디지털화는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산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왜냐하면 컬러TV로 대표되는 가전 제품에는 지금까지 두세장의 페놀 단면 PCB가 주로 채택됐다.
그러나 디지털TV의 경우에는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을 비롯해 양면 에폭시 기판, 페놀 단면 기판 등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PCB가 채택된다. 즉 현재 단일 전자제품 중 PCB 밀집도가 가장 큰 컴퓨터에 버금가는 PCB 수요가 디지털TV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디지털TV에 장착되는 PCB 수요는 기존 아날로그TV에 비해 최소 5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는 게 국내 PCB업계의 설명이다.
이는 PCB의 양적인 측면에서 본 것이고 가격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아날로그TV와 디지털TV에 장착되는 PCB의 총 가격은 10배 정도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존 아날로그TV에는 PCB 중 가장 가격이 낮은 단면 페놀 PCB가 채택되는 데 비해 디지털TV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MLB를 비롯해 양면 에폭시 기판, 복합화합물기판(CEM) 등이 주로 채택되기 때문이다.
PCB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디지털 방송을 실시하는 국가가 미국·영국 등 선진국 일부 국가에 한정되고 있으나 오는 2001년 이후에는 한국을 비롯해 10여개 국가로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최소한 2005년경이면 디지털 방송이 주력 방송시스템으로 정착, 디지털TV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아날로그TV로 세계 TV시장을 석권해온 국내 주요 가전업체들이 그 여세를 몰아 2000년대 주력 TV로 자리잡게 될 디지털TV의 개발 및 생산에 총력을 경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PCB산업계는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호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 대형 가전업체들도 디지털TV에 소요되는 각종 PCB를 한국에서 아웃소싱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국내 PCB업계는 대다보고 있다.
『디지털TV에 장착되는 PCB는 기존 아날로그TV에 비해 고가이지만 오늘날의 PCB 기술에 비추어 보면 난이도가 낮고 가격 또한 빌드업·BGA·고다층 임피던스 보드 등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일본 PCB업체들이 디지털TV용 PCB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 PCB업체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일본 가전업체들은 동남아·미주·중국 등에 건설한 현지공장에서 디지털 가전용 PCB를 현지 조달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들 현지 PCB업체의 기술 축적도가 국내 PCB업체에 비해 떨어져 수출 가능성이 현재보다는 높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전제품의 디지털화는 TV·VCR 등에 장착되는 PCB의 수요를 증폭시키는 차원을 넘어 가전·컴퓨터·정보통신·방송이 융합되는 복합 정보시스템산업으로 미디어산업이 변화되고 있음을 예고하는 것으로 미디어간의 네트워크를 담당하게 될 새로운 전자·정보통신기기의 출현은 아직까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을 것』으로 국내 PCB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