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시장 세계 2위와 5위의 메이저급 업체인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이 세계시장의 구조조정을 재촉하게 할 전망이다.
D램을 중심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시장은 지난 96년부터 98년까지 몰아친 「공급과잉」의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박한 체제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왔다.
수년간 저가 정책을 무기로 현물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가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사의 D램 부문을 인수, 메이저급 업체로 부상한 것을 비롯해 유럽의 강호인 지멘스사는 영국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함께 D램시장을 분점해온 일본업체들이 급격히 퇴조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다.
이같은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구도 변화는 반도체 시장조사업체들이 내놓은 98년 D램시장 순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의 D램 메이저업체들을 살펴보면 97년 2위와 3위였던 NEC와 히타치사가 각각 4위와 9위로 전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다.
또 지난해 TI사의 D램 부문을 인수한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는 97년 4위에서 지난해 3위로 한 계단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우리나라 업체들의 전반적인 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3사 모두 점유율 상승을 기록하면서 세계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뒷심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97년 8.0%의 점유율로 5위였던 현대전자는 지난해 매출 증가를 기록하며 2위로 크게 뛰어올랐으며 부동의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20%선을 넘어섰다. 혹독한 불황속에서 국내 반도체 3사의 D램시장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40%선을 넘어서는 쾌조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 2위와 5위 업체의 합병이 갖는 충격은 마이크론사의 TI 인수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수치상으로 D램 분야의 1위와 2위를 모두 한국업체가 독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D램업계의 인수 합병 바람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D램시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윤 극대화」를 위한 업체간 합종연횡 바람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업계와 시장 분석기관들은 이번 호황사이클을 거치며 전세계 D램 업계는 빅3 또는 빅4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에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빅3 또는 빅4 체제의 강력한 후보로는 삼성전자와 현대-LG합병사, 미 마이크론, 일본의 NEC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빅딜은 제2, 제3의 빅딜을 재촉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