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전자레인지용 고전압 콘덴서(HVC)시장에서 유수의 대기업을 물리치고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는 한 중소업체가 있어 화제다.
바로 HVC 전문업체인 한성전자. 지난해까지 전세계 HVC 물량의 40%를 공급했던 이 회사는 최근 시장점유율 50%를 선언했다. D데이는 오는 7월중. 한성전자는 IMF 상황에 걸맞지 않게 최근 10억원의 설비투자를 단행, 월 120만개인 HVC 생산량을 7월부터 150만개로 확대키로 했다. 이는 연간 3000만개 정도로 알려진 전세계 수요량의 50%를 넘는 규모다.
전체 수요량의 절반을 공급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가격 결정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갑=세트업체」 「을=부품업체」라는 공식을 깨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국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전세계 업체를 대상으로 가능하다. 수익구조 개선은 저절로 따라오는 열매다. 이를 기반으로 대형 부품업체로 성장하는 것도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다른 부품업체들이 한성전자를 부러워하는 이유다.
중소부품업체인 한성전자가 이처럼 매진할 수 있는 원동력은 전문성 확보에 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제품에 대한 확신과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이 한성전자를 HVC 선두업체의 반열에 올린 것이다. 설비 및 공정 자동화에 대한 깊은 관심 역시 한성전자가 나타내는 두각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설비업체들을 대상으로 공정자동화 기계제작 경연대회를 연 것은 유명한 얘기다. 지난해에는 다른 부품업체들이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아픔을 겪었던 것과 정반대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순익이 발생할 정도로 사업이 순조로웠기 때문이다.
한성전자는 이에 힘입어 경기도로부터 수출유망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지난달에는 삼성전자로부터 무검사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성전자가 생산한 제품은 삼성·LG·대우 등 국내 가전 3사는 물론 월풀·도시바·히타치·산요 등 40여개 전자레인지 공급업체에 공급된다. 지난 93년 생산을 시작, 97년 시장점유율 33%를 달성한 한성전자가 앞으로 어느 정도로 커나갈 지 주목된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