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업계 "스카우트 열풍"

 「새 직장을 찾아서.」

 최근 음반업계에 새 둥지 틀기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한달간 새 보금자리를 찾아서 자리를 옮긴 음반업계의 이사급 임원만도 김영인 전 유니버설 사장과 심용섭 전 EMI코리아 사장, 그리고 김성봉 전 워너뮤직 부사장 등 적지 않다.

 김영인 사장은 폴리그램과 유니버설의 합병으로 전 직장인 폴리그램으로 다시 옮겨가 부사장직을 맡았으며, 심용섭 사장은 2년여의 EMI코리아 사장직을 떠나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워너뮤직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성봉 전 워너뮤직 부사장은 당분간 쉬지않겠느냐는 예상을 뒤엎고 친정인 한국BMG로 돌아가 새로운 직책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주요 임원이 자리를 옮김에 따라 중하위급 음반 매니저들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유니버설에서 팝 프로모션과 영업을 전담했던 팀들이 폴리그램으로 소속을 바꿨고, EMI코리아의 팝 전담팀 일부가 직장을 옮겨 워너뮤직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또 워너뮤직 팝담당 매니저급 일부가 한국BMG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사령탑과 일부 조직을 함께 잃은 EMI코리아는 비상이 걸렸다. EMI코리아는 이에 따라 유니버설과 폴리그램이 합병되는 과정에서 참여하지 않은 유니버설 일부를 끌어들여 조직 재건에 나선다는 방침이나 사장을 비롯한 임원급 인사 시기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고심하고 있다.

 EMI는 그러나 조직의 활성화와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상당수 인원을 업계에서 충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스카우트 바람에 의한 음반업계의 인력 자리이동은 이달을 기점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같은 업계의 「자리이동 바람」에도 철옹성처럼 외풍을 타지 않는 업체는 소니뮤직. 소니뮤직은 윤여흘 사장의 「용병술」로 바람 잘 날 없는 음반업계의 여러 파동에서도 늘 비켜 있었던 업체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음반업계의 인력 스카우트 바람이 거세질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없지 않다. 업종 전환이 아니라 경쟁업체로 바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기업 윤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임원급의 자리이동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력시장 역시 시장경쟁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 하더라도 임원급의 경우 신중을 기해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면서 『최근 음반업계의 자리이동 현상을 보면 무심하다 못해 매정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고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업계에서 인재를 충원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인력층이 얇은 음반업계의 현실을 비춰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인력 양성에는 힘쓰지 않고 쓸만한 사람만 곶감 빼가듯 뽑아가는」 현재 국내 음반업계의 인력 스카우트 풍토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