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은 언제 단속합니까.』
『불법 소프트웨어(SW) 단속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정부에선 정품 사용을 위한 예산지원을 하지 않습니까.』
요즘 교육부와 교육청에는 이러한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학교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교육정보화를 추진중인 일선 학교가 갑작스런 검찰의 불법SW 단속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부산 6개 대학, 광주 2개 대학에 대해 불법SW 단속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국의 초·중등학교와 대학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에 정품구입을 위한 긴급예산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교육부로선 빠듯한 예산을 쪼갤 수 있는 길이 막막한 실정. 그렇다고 해서 교육부가 뒷짐지고 있을 수는 없어 관련부처에 추가 예산편성을 요구했다고 하지만 결과가 그리 낙관적인 것 같지 않다.
지난 3월 23일 대통령 특별지시로 이달부터 검찰의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된 불법SW 사용은 비단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학교가 적지 않다.
대부분의 학교가 불법복제된 SW를 삭제하느라 법석인 가운데 SW를 지워버리면 컴퓨터 교육은 물론 교사들의 업무마저 종전처럼 손으로 직접 작성해야 할 판이다.고민하다 못한 일부 교사는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SW를 다시 구입해 사용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없이 학교 기본예산으로 정품을 구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일선 학교측 반응이다.
경남 창원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대다수 학교가 정품을 하나 사서 복사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지우라고 한다면 예산은 없고, 결국 컴퓨터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면서 『단속도 좋지만 현실을 무시한 시책은 아무리 좋아도 실패할 수밖에 없고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도 『현실적으로 정부지원 없이는 사용중인 불법복제 SW를 정품으로 교체하기가 힘들다』며 『학교에서 정품사용을 정착시키고 교육정보화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문제와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다수 교사들은 교육적 차원에서도 정품사용이 정착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정품사용을 강조해온 교사들도 많다. 정부의 교육정보화 추진예산에 정품SW 비용이 반드시 반영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육정보화 추진과정에서 간과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법SW는 이번에 특별단속으로 사회 전체적인 문제로 불거져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잠재돼 있는 교육정보화 문제점들이 터져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막막하다는 것이 교육정보화를 직접 담당하는 일선 학교 교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일선 학교에서 피부로 접하는 방과후 컴퓨터교실에서부터 교단선진화, 나아가서는 원격교육 실현에 이르기까지 정부 차원에서 그저 정책만을 세워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정보화 담당교사들의 시각이다.
일례로 지금 한창 일선 학교에 설치하고 있는 교무업무 지원시스템의 경우 일선 학교에서 당장 소화할 일도 걱정이지만 사후관리 대비책이 거의 전무해 두려움이 앞선다는 것이다.
시도교육청별로 교무업무 지원시스템을 수주한 업체가 일정 기간 동안 사후관리를 맡기로 돼있지만 그 후에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수주업체별로도 사후관리기간이 다른 경우가 많다. 물론 돈을 지불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지만 정부에선 아직 이와 관련한 어떠한 예산이나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그래서 일선 학교 교사들은 신뢰성 없는 교육정보화 정책에 그저 울상만 짓고 있다. 학계뿐 아니라 관련업체들까지도 정부가 현재 추진중이거나 앞으로 추진할 교육정보화사업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 객관적인 전문가를 동원해서라도 체계적인 추진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