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이후 세트업체와 중소 부품업체간 협력·공조체제에 심각한 균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MF체제 이후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가 국내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부상하면서 세트업체들이 중소 부품업체들에 각종 부담을 떠안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세트업체가 원가절감을 이유로 오랜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던 부품공급 대상업체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면서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간 유대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세트업체가 IMF체제 이후 원가절감을 위해 중소 부품업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방법은 부품가격 인하를 위한 저가입찰제와 관리비용 절감을 위한 단납기제도 및 부품무검사제도 등으로 부품업체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이같은 제도가 점차 일반화됨에 따라 부품업체들은 그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던 세트업체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세트업체가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제도는 부품업체를 동반자적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가절감을 위한 하나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부품가격만 싸면 하루아침에 거래업체를 바꾸는 일부 세트업체의 모습에서는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는 세트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부품을 개발·공급하면 개발비용과 시간을 인정받아 한동안 비교적 좋은 조건에 부품을 납품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그러한 품목에 대해서도 다른 부품업체가 가격만 낮게 제시하면 무조건 납품을 받는 경우마저 있어 더 이상 세트업체를 믿고 제품개발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중소 부품업체들도 IMF체제 이후 모든 상황이 급변하면서 기존의 협력업체에만 의지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짐에 따라 활로모색을 위해 다른 세트업체와 신규 거래를 추진하는 동시에 해외 세트업체에 대한 공급물량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가격경쟁력 확보」란 명제아래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간 협조·공조체제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며 『세트업체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부품업체를 희생양으로 삼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부품업체를 협력파트너로 인정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