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제품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을 가끔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점이 싫기 때문에 이 회사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거부한다. 그래서 그들은 워드프로세서로 굳이 아래아한글을 쓰고 웹브라우저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넷스케이프사 제품을 쓴다.
그렇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는 이상 마이크로소프트사 제품을 쓰지 않기는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응용소프트웨어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전자우편으로 처리하는 업무가 늘어나면서부터다. 한글이 깨진 전자우편을 처음 한두번 받았을 때만 해도 이런저런 수단으로 복구해서 보거나 발신자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보내줄 것을 부탁해 해결하곤 하지만 읽어야 할 전자우편의 양이 많아지고 특정인에게서 오는 중요한 메일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메일프로그램으로만 읽을 수 있는 일이 종종 생기면서부터 전자우편 프로그램에 대해서만큼은 해금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 대부분은 그것이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일프로그램으로 수신된 편지를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웹브라우저도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인터넷 주소가 중간에 링크된 편지를 읽다 보면 당연히 링크된 주소를 클릭하게 되고 그럴 경우 이 메일프로그램은 당연히 넷스케이프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를 실행시키기 때문이다.
처음 한두번은 그렇게 해서 검색된 사이트에 대해 북마크를 하고 싶을 경우 귀찮더라도 넷스케이프로 다시 검색해 북마크를 하곤 하지만 그것도 금방 귀찮아져서 두 가지 웹브라우저를 병행해서 사용하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에 항복해 버린다는 내용이다.
최근 모기관에서 웹브라우저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익스플로러 사용자가 넷스케이프 사용자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인터넷서비스업체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인터넷 쇼핑몰 운영업자 측면에서 볼 때 웹브라우저마다 기능이 서로 다른 것은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사실 웹브라우저가 하나로 통일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아니면 두 회사의 웹브라우저 기능이 적어도 중요한 부분에서만큼은 호환되었으면 좋겠다.
고객의 사소한 불편사항도 최소화해야 하는 쇼핑몰의 경우 「이 사이트는 ○○브라우저의 버전 4.X를 기준으로 만들었습니다」는 식의 자기중심적인 사이트 구축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것은 백화점을 운영하면서 「이 백화점에는 바지를 입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이트를 꾸미면서 신경을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브라우저가 같다고 하더라도 고객이 갖고 있는 플러그인과 폰트의 종류, 운용체계, 언어 등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양대 웹브라우저 가운데 하나가 시장을 석권하게 되더라도 쇼핑몰 운영업체는 사장된 웹브라우저를 계속 지원하게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마 모를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업체들은 익스플로러나 넷스케이프는 물론 모자이크나 오페라 같은 브라우저 이용자들까지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최상국 데이콤 인터파크 컨텐트사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