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가 톰슨과 연 90만대, 도시바와 연 150만대에 달하는 VCR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LG전자가 아카이에 연 70만대의 VCR를 OEM공급키로 함에 따라 한국이 세계의 중요 VCR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아카이와의 OEM품목을 비디오CD전용플레이어(VCP) 및 오디오 등으로 확대해 연 1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여기에다 산요·히타치·미쓰비시 등 연간 생산능력이 300만대 이하인 VCR생산업체들의 OEM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들 업체에 OEM공급을 확대하는 등 생산능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OEM물량 증대에 힘쓰고 있는 LG전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적인 VCR생산업체로 도약한다는 것. 그 조종간을 잡은 인물은 LG전자의 VCR OBU장인 정광수 전무(54)다.
『아카이 OEM을 수주하기 위한 LG전자의 움직임은 주도면밀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아카이가 OEM 입찰 제안서를 내놓기 훨씬 전인 3월부터 개별적으로 접촉해 아카이의 중국공장 철수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주는 조건을 내걸어 입찰에 성공한 셈이죠.』
이에 따라 LG전자는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호주에서 아카이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전무는 『오는 2005년이면 LG전자가 마쓰시타에 이어 세계 2위의 VCR생산업체로서 아날로그 제품은 물론이고 디지털 제품에서도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를 위해 아날로그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해 기존 설비투자분을 회수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차세대 디지털기기 개발에 대해 전략적으로 투자, 오는 2005년 VCR 관련 제품의 40%를 디지털상품으로 대체한다는 중장기 사업전략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지난 3년여간 원가절감·품질혁명·생산합리화 등을 VCR사업부의 지상과제로 삼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주력해온 것도 세계 2위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땅고르기 작업이었다는 것이 정 전무의 설명이다.
『올 들어 VCR의 수출 본선인도가격(FOB)이 작년보다 18% 하락한 대신에 원가부담은 25% 상승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는 정 전무는 원가절감 및 생산합리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오는 9월부터 기능차별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VCR의 수출을 본격화하고 세계 시장의 흐름에 따라 단계별로 디지털 관련제품을 출시하는 등 세계적인 VCR 생산강국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것이 정 전무의 야심찬 계획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