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렛패커드(HP)와 일본 히타치의 저장장치부문 제휴가 국내 대용량 저장장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최근 HP와 히타치가 본사 차원에서 저장장치분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서 세계시장은 물론 국내 대용량 저장장치시장의 판도변화가 예고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두 회사는 저장장치 관련기술을 상호 교환하면서 HP가 히타치의 대용량 저장장치를 앞으로 3년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제휴로 HP의 경우 히타치의 마이크로코드와 캐시로직 등 저장장치 관련 핵심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히타치는 HP에 자사 제품을 OEM 공급함으로써 저장장치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저장장치부문에서 한국EMC의 가장 중요한 협력업체(리셀러) 중 하나인 한국HP가 한국EMC 저장장치 대신 히타치 제품의 공급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국내 저장장치시장에 일대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국내 대용량 저장장치시장에서 고성장을 거듭해온 한국EMC의 저장장치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EMC는 현재 국내 대용량 저장장치시장을 주도하는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4년 국내 진출한 이래 엔터프라이즈 대용량 저장장치 「시메트릭스 시리즈」를 내세워 통신업계와 금융권, 공공기관 등에 대량 공급하면서 연평균 50% 이상 높은 성장을 기록해왔다.
물론 이같은 높은 성장은 한국HP를 비롯해 대인컴퓨터·데이타게이트코리아 등 협력업체들의 활발한 영업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
한국HP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HP가 국내에 공급한 EMC 대용량 저장장치의 경우 한국EMC의 총매출 가운데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면서 『앞으로 한국EMC의 고속성장에 제동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또 그는 『HP와 히타치가 공동개발한 유닉스서버용 저장장치인 「MC256」이 이달부터 곧바로 국내 공급이 가능해 EMC의 저장장치사업이 예상보다 빨리 차질을 빚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한국EMC측은 『한국HP가 EMC 저장장치를 국내에 많이 공급하기는 했으나 고객들이 EMC 제품 자체에 대한 장점을 고려해 도입한 것이어서, 한국HP라는 리셀러가 공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장장치사업에 영향을 받겠느냐』며 향후 사업전망을 낙관했다.
그러나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HP와 히타치의 제휴로 한국EMC는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파트너를 잃게 돼 이 회사가 주도해온 국내 대용량 저장장치시장의 판도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에 이번 HP와 히타치의 제휴로 그동안 히타치 저장장치를 국내 공급해온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LG히다찌의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업체는 한국HP와의 협력관계를 모색하면서 저장장치 공급확대에 주력하고 있어 국내 대용량 저장장치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올들어 저장장치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한국IBM도 이번 제휴를 국내 저장장치시장에서 한국EMC를 따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이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