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산고를 겪고 있어 이로 인한 행정 공백사태를 비롯한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내주 중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령안을 공포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여전히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음비게법」 시행령 공포시기가 의외로 늦어질 공산도 없지 않다.
문화부의 일정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를 대신할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달 말에나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어서 영상·게임물 심의와 관련된 실제 업무는 최소한 한달 이상의 행정 공백상태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같은 사태는 이번에 제정된 「음반·비디오물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 그동안 공중위생법에서 관장하던 게임물에 관한 제반 법규를 흡수, 새로 제정되다시피 한 데다 게임방 폭증, 통신을 이용한 게임물 이용증가 등 적지 않은 변화요인이 발생함으로써 관계 당국간, 당국과 해당업계간에 첨예한 대립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무조정실, 법제처로 넘어오는 절차가 순연돼 시행령과 시행규칙 공포가 이처럼 지연되는 결과를 낳았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지연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통신을 이용한 게임물」에 대한 심의권한과 「게임방」 감독을 둘러싼 문화부와 정통부의 입장 대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화부는 시행령 입법예고를 통해 통신을 이용한 게임물을 포함시키고 게임방을 「멀티문화방」으로 확대 해석해 게임과 관련된 일체의 업무를 관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게임방을 「정보통신서비스업」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정통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쳤다.
양측의 입장조율에 나선 국무조정실은 게임방을 「멀티문화방」 대신 「멀티게임장」이란 이름으로 바꿔 「게임제공업」의 하나로 규정하고 게임보다 통신·자료제공을 주로 하는 곳은 등록예외업소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문화부와 정통부의 입장을 절충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통신을 이용한 게임물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대상에서 제외, 현행대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수행하도록 조정했다.
18세 이상 이용이 가능한 게임물을 제공할 수 있는 종합게임장을 500㎡(약 150평) 이상으로 규정하기로 한 것도 기존 컴퓨터 게임장 업계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닥쳤다. 전국적으로 150평 이상 조건을 갖춘 게임장이 극소수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영세한 게임장업주들을 궁지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문화부는 게임산업 육성책의 일환으로 게임장의 대형화, 유해한 게임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방침 아래 판매·영업시설을 포함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고 종합게임장을 150평 이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게임제공업자의 등록예외조항의 하나로 인정되어 논란이 되었던 「싱글로케이션(게임제공업이 본업이 아니면서 2대 이하의 게임기를 설치하고 영업을 하는 형태)」은 게임기시장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찬성론보다는 영세한 컴퓨터 게임장의 입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반론이 우세, 결국 최종안에서는 삭제됐다는 게 문화부측 설명이다.
그리고 기존 업소용 게임물에 대한 등급 재심사 문제는 6개월∼2년까지의 심사 유예기간을 준다는 절충안을 마련했으나 지난 1년간 경품 게임기가 게임장의 주력 매출기종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불씨가 될 소지가 적지 않다. 특히 각종 심사업무를 수행할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심의위원 선정, 공진협으로부터의 업무이관 등에 따른 과도기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게임·영상업계는 신제품 출시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과 하위 법령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빚은 진통은 정부의 게임산업 육성의지와 현실과의 괴리를 노출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발효된 이후에도 적지 않은 잡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