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극장가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개봉을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
이번 주말, 지난 3월부터 미국 박스오피스 1, 2위를 다투고 있는 워너브러더스의 「매트릭스」와 올리버 스톤 제작, 주윤발 주연의 「커럽터」가 개봉되는 것을 시작으로 「미이라(Mummy)」 「스타워즈 완결편」 「오스틴 파워 2」 등 할리우드의 자금력과 기술력이 총동원된 대작들이 6월부터 시작될 성수기를 앞두고 속속 개봉될 예정이다.
그동안 「쉬리」가 연일 관객동원기록을 경신하면서 국내외의 큰 관심을 모은 데 이어 「내 마음의 풍금」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등 한국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벌써부터 할리우드 영화 대작들은 국내 극장가에 그 영향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이미 「매트릭스」는 「쉬리」를 내리는 대신, 그에 버금갈 흥행작품을 찾는 전국 23개 개봉관에서 오는 15일부터 상영에 들어가며 「커럽터」도 「쉬리」의 빈자리를 속속 메우고 있다.
더욱이 블록버스터 영화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유령의 위협」이 오는 21일 미국 개봉에 이어 6월 26일에는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어서 국내 극장가는 이를 대비한 상영일정 짜맞추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같은 할리우드의 대작 때문에 지난 4월까지 개봉을 하지 못했던 국내외 영화들은 개봉관을 잡지 못해 쩔쩔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미스 먼데이」는 플러스엔터테인먼트가 수입해 당초 5월 15일 서울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극장측의 요구로 개봉날짜가 6월 5일로 미뤄졌다. 영화수입사측은 국내 극장들이 상업성 높은 할리우드 영화들의 개봉일정에 맞춰 나머지 영화들을 끼워넣는 식으로 상영일자를 조정하면서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사례는 이미 지난달 초 「패치아담스」와 「내마음의 풍금」의 사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블록버스터의 수입을 고려해 직배영화사인 UIP와 워너브러더스의 영화들을 우선 상영하면서 한국영화를 조기 종영하는가 하면 주말에는 내렸다가 주초에 다시 거는 건너뛰기 상영을 하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었다.
한국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할리우드 대작들이 밀려오면서 6월 이후의 극장가는 흥행수입을 높이기 위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양상을 띨 것』이라며 『이 와중에서 한국영화가 끼워넣기·조기종영 등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극장과의 계약 때 최소한의 상영기관을 보장받는 등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