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층인쇄회로기판(MLB)의 핵심 내층소재인 매스램 가공물량이 대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들어 MLB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이 MLB의 내층소재인 매스램 가공을 대만에 의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스램이 대만에서 외주가공되기는 국내에서 PCB가 생산된 이후 처음이라는 게 국내 PCB업계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PC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유명 PCB업체들은 지난달부터 적게는 월 2000㎡에서 많게는 월 7000㎡ 정도의 매스램을 대만 매스램 전문업체에 생산을 의뢰하고 있다』면서 『MLB의 고다층화가 더욱 진전되고 물량마저 늘어날 경우 국내 PCB업체가 대만으로부터 매스램을 조달하는 물량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내 PCB업체들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를 들어 대만에서 매스램을 조달할 경우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PCB산업 하부구조가 붕괴될 소지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국내 PCB업체의 자제가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기업 PCB업체들이 대만에서 매스램을 조달하는 까닭은 우선 가격이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적기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PCB업체들이 자체 보유하고 있는 매스램 설비 이외에 매스램만을 전문으로 생산할 수 있는 매스램 전문 가공업체의 생산능력은 대략 월 10만㎡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주요 PCB업체들이 외주가공으로 돌리는 매스램 물량 월 12만㎡에 비해 20% 정도 부족한 생산설비 능력이다.
이처럼 가공해야 할 매스램 물량은 넘쳐나는 데 비해 매스램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업체의 생산능력은 한계에 달해 어쩔 수 없이 대만에 가공을 의뢰할 수밖에 없다는 게 PCB업계의 설명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만 업체들이 덤핑에 가까운 가격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도 한몫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PCB업체 관계자는 『대만은 지난해 매스램 설비 확충에 본격 나선 것을 계기로 해외 주요 PCB업체로부터의 매스램 외주가공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매스램 가공비가 국내보다 저렴하고 항공편으로 공수되기 때문에 납기도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네트워크시스템을 중심으로 MLB의 고다층화가 심화되고 단납기 체제를 요구하는 세트업체의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병목현상을 빚고 있는 국내 매스램 가공업체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게 PCB업계의 주장이다.
이같은 PCB업계의 주장에 대해 국내 매스램 전문업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지 못하고 빌드업기판 및 네트워크시스템용 임피던스 보드의 수요가 예상 외로 급증해 국내 매스램 설비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그렇다고 해서 대만으로 물량을 돌리는 것은 근시안적 행태』라고 PCB업체들의 행보를 지적했다.
『수급물량이 불규칙한데다 일부 PCB업체들은 필요할 경우만 매스램 가공을 외주업체에 발주하기 때문에 생산설비 확충에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PCB업체들이 협력업체를 육성한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 전략을 추진하면 생산설비 증설에 즉각 나설 수 있다』고 국내 매스램업체들은 주장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