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수기시장이 IMF사태 이후 가격 및 유통구조에서 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국내 정수기시장은 IMF사태를 계기로 100만원대 이상 고가제품이 주도하던 데서 10만원대 저가제품 위주로 바뀌고 있으며 판매방식도 방문판매에서 점두판매나 대여제로 전환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구매력이 떨어진 소비자들이 고가제품보다는 저가제품을 선호하고 있는 데다 업체들도 고비용구조의 방문판매보다 저비용구조의 점두판매나 대여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역삼투막방식 고가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웅진코웨이개발과 청호나이스 양사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7만여대의 정수기를 판매하는 데 그쳤으나 수도직결식 중공사막방식 저가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코오롱과 효성 양사는 지난해에 총 12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공사막 제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후발업체인 코오롱과 효성 양사가 선발업체들인 웅진과 청호 양사의 판매량을 크게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정수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 4사는 지난 96년까지만 하더라도 고가제품을 취급하는 웅진과 청호가 총 16만대를 판매한 반면 코오롱과 효성은 총 3만여대의 판매에 그쳤으며 지난 97년에는 각각 11만여대씩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했었다.
특히 코오롱과 효성은 10만원대 저가제품을 대리점이나 할인점·양판점을 통해 점두판매하고 있어 정수기시장에서 점두판매비중이 방문판매비중을 크게 뛰어넘었다.
또한 코오롱과 효성이 점두판매로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자 방문판매를 주도해온 웅진코웨이개발이 지난해 말부터 대여제를 실시하는 등 대여제의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웅진코웨이개발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총 6만여대의 정수기 대여실적을 기록, 대여량이 방문판매량을 이미 상회했으며 점두판매에 주력해온 효성도 최근 업소용을 중심으로 대여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점두판매와 함께 대여제도 급속히 확산될 조짐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