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AVLS> 물류비 절감 감 잡았어!

「지리산 산간마을로 화물을 어느 차에 실어 보내야 하나. 어떻게 하면 운행중인 시내버스 간격을 고르게 할 수 있을까. 이 차가 가려는 곳의 교통상황과 최단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경로는….」 차량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봤음직한 문제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동안 교통혼잡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교통물류 관련 비용은 줄잡아 20조원. 연간 90조원 규모인 국가 예산의 20%이상을 차지하는 막대한 비용이 도로 위에 뿌려지고 있는 만큼 교통물류의 효율화는 중요한 해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3년 전부터 나선 정부와 정보·통신·물류업계의 다각적 노력과 맞물려 최근 교통물류정보화시장이 활성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택시·택배회사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량위치확인시스템(AVLS: Automatic Vehicle Location System) 구축과 도입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입 검토 수준에 머물렀던 업체들이 차량정보단말기(MDT:Mobile Data Terminal) 공급회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도입 구축을 요청하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무선통신망서비스업체와의 협력 없이 자체 개발하거나 무선망서비스 관련 설계를 도외시하면서 제품을 내놓아 사업상 어려움을 겪어왔던 MDT업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영업용 차량이 화물차량 16만대, 택시 13만대, 사업용 버스 20만대 등 어림잡아 50만대에 이르고 있어 그만큼 시장 잠재력도 크다.

 관련업계도 차량의 흐름이나 물류 효율화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운송업계를 일깨우기 위해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영업력을 집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MDT 가격이 인하되고 성능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최근 이 시장의 잠재력에 관심을 보이는 무선망사업자들이 전용서버를 설치하는 등 이 분야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간접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낮은 무선망서비스이용료 및 효율적 통신방식과 연계시키지 못한 MDT 설계상의 맹점이나 PCS회사의 서버기능 미비로 인한 영업상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MDT업계는 특히 최근 들어 인천·부산·제주·대구·경주지역 등을 대상으로 한 택시자동배차용 AVLS 수주를 통해 MDT 수요확대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화물 관련시장의 분위기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대한통운·한진택배·통인정보·한국배송 등 주요 택배회사와 백화점업계가 단말기 개발, 또는 화물·택배차량의 자동배차를 위한 준비를 마쳤거나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MDT를 버스에 활용하면 교통정보제공은 물론 차량간 배차간격 조정을 통해 고객 서비스 향상과 버스회사 운행수입 향상 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셀룰러·PCS망, 주파수공용통신(TRS:Trunked Radio System), 무선데이터통신사업자들과 위치측정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수신보드(엔진) 개발업체와 단말기 개발업체들은 올 하반기 이후 이 시장이 가열될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AVLS 구축에는 무선통신서비스회사들의 네트워크, GPS를 이용한 MDT, 전자지도를 이용하는 지리정보시스템(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에 이르는 최신 기술이 다양하게 활용된다.

 그런 만큼 종합적인 정보통신 관련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각 정보통신단말기업체와 무선통신서비스업체 사이에 보이는 협력체제는 물류효율화와 교통정보 활용에 목말라하는 고객대상 시장활성화에 긍정적으로 비치고 있다.

 이처럼 지난 2∼3년 동안 국내 업체들이 개발해온 MDT 기반의 교통정보단말기시장은 이에 앞서 개발·연구가 진행됐던 차량항법시스템(CNS:Car Navigation System) 단말기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교통정보제공용 핵심시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CNS시장이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MDT를 이용한 시장형성에 주력하면서 시장성숙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렇게 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CNS업체들이 무선망·단말기·콘텐츠로 구성되는 교통정보화시장의 구성원리를 무시한채 단말기 개발에만 매달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CNS 개발과정에서도 수치지도 공동개발 등을 통한 업체간 협력미비로 비싼 일본회사의 지도에 의존해 제품공급 원가를 상승시킬 수밖에 없었던 점도 지적된다.

 반면 MDT회사들은 무선호출기의 문자전달, PCS의 음성전송, 약도방식의 지도와 기계 음성 제공기능과 30∼80만원대의 낮은 가격대로 CNS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택시나 일반 승용차 주도로 이뤄지는 교통물류정보화시장의 발전에 가로놓인 장벽도 만만치 않다.

 건설교통부가 물류효율화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통신을 사업자로 선정해 진행하는 KT종합물류망은 고객이 될 화물회사나 개인화물차량 운전자들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97년부터 1년 동안 100억을 들여 종합물류망을 구축하고 서비스에 나선 한국통신은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가입비면제, 보증금 철폐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긴급처방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업계는 정부의 화물운송정보(CVO:Commercial Vehicle Operation)시스템사업이 단기에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망가입을 통해 소득상황이 투명해지는 개인화물차량과 화물회사의 심리적 저항을 줄이면서도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에 부딪친 것이다.

 한국통신측이 부분적으로 인정하듯 화물차량 등록시 단말기 부착과 시스템 사용을 적극 권장하거나 각종 세금경감 등을 통해 단말기 활용을 장려하는 정책적 지원안 등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PCS단말기를 이용하는 통신방법을 채택하면서도 통신비용이 적게 나오도록 하는 방법도 통신서비스회사들이 풀어야 하는 숙제다. MDT업계는 『특히 개인화물차량들의 경우 영업내용이 투명해지는 데다 적어도 월 10만원 수준의 통신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종합물류망 가입에 적극적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반응이다.

 게다가 건교부의 CVO시스템 구축사업은 아직까지 바코드시스템이나 전자문서교환(EDI : Electronic Data Interchange) 또는 인터넷 등과 총체적으로 연계되는 진정한 수준의 CVO시스템 구축과는 거리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대표적인 운송회사인 페덱스는 GPS수신기를 장착한 MDT와 관제실로 구성된 AVLS를 구축하고 운송직원이 이를 바코드단말기와 연계하고 있다. 그 결과 전세계 어디에 있는 화물의 운송상황이라도 관제실에서는 99% 이상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AVLS 관련산업의 가시적 활성화가 기대되는 분야로는 화물차량시장보다도 택시·버스시장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버스회사는 AVLS를 구축함으로써 관제실에서 버스간 배차거리를 조정하도록 운전자에게 지령할수 있고 운임료 수입도 자연히 증가함은 물론 고객들에게도 도움이 돼 도입확산은 시간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화물회사나 회사택시·개인택시·일반승용차·버스 등 다양한 차종의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교통물류망 효율화를 지원하는 AVLS 관련시장은 나름대로 시장잠재력에 기대어 만개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