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공짜로 제공하는 프리마케팅 인터넷서비스가 정보기술(IT)산업의 재편을 몰고올 수 있을까. 프리마케팅을 통해 인터넷서비스업체(ISP)와 PC업체간 비즈니스 관계가 확산될 경우 상정해볼 수 있는 경우로는 ISP업계가 PC업계를 종속계열화할 가능성, 또는 반대로 PC업계가 ISP를 종속계열화할 가능성 등이 있다. 물론 PC업계와 ISP업계 속성을 함께 갖는 제3의 분야 탄생도 예상해볼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99년 현재 우리나라 PC보급대수는 650만대이고 인터넷 사용자는 약 350만명. 이것이 2001년께는 PC가 1200만대, 인터넷 사용자가 1000만명으로 각각 증가해 그 격차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94년 이후 PC보급은 연 30% 내외, 인터넷 사용자는 100%씩 증가했다.
PC보급대수와 인터넷 사용자수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PC 사용이 이른바 스탠드얼론형에서 인터넷접속형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의 IT환경 역시 PC와 인터넷의 통합을 부추기고 있으며 PC를 먼저 구입하고 인터넷서비스에 가입하던 소비자 구매패턴 역시 동시구매쪽으로 바뀌고 있다. 「PC + 인터넷서비스」라는 통합상품의 등장은 바로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프리마케팅은 이 통합상품에서 어느 한쪽을 공짜(Free)로 처리하는 경우다. 이때 상품공급 주체가 PC공급자일 경우 인터넷서비스를, ISP일 경우 PC를 각각 무가 처리하게 된다.
PC가 중심이 된 프리마케팅은 일부이긴 하지만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있어 왔다. PC의 상품가치를 높인다는 차원이었지만 사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터넷서비스 비용이 PC가격에 포함된 거나 다름없어 공급자 중 어느쪽도 큰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ISP가 주체가 된 프리PC 마케팅은 사정이 다르다. 초기 지불 PC비용이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ISP는 적지 않은 리스크를 안아야 된다. 따라서 PCS 단말기회사와 전화서비스회사의 관계처럼 PC공급자의 지원이 없다면 ISP의 독자적인 비즈니스는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PC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ISP를 찾아 제휴하는 것은 판로개척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PC보급률은 현재 인구 2명당 1명꼴로 50%를 상회하고 있으나 2000년대 초반 60%대가 되면 PC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PC공급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져 ISP를 앞세운 프리PC마케팅이 더욱 확산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반 PC보급률이 정체기에 들어서면 PC공급자와 ISP들간 제휴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럴 경우 과연 누가 시장주도권을 쥐느냐 하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우세보다는 PC공급자와 ISP가 서로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상대방의 비즈니스를 통합해가는 과정이 선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현진기자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