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렉트 램버스 D램으로 굳어진 듯하던 차세대 메인 메모리 표준 경쟁이 더블데이터레이트(DDR) 진용의 맹렬한 반격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 등 세계 유력 반도체 및 컴퓨터업체들이 최근 AMI2(Advanced Memory International Inc.)라는 법인을 결성, 기존 DDR 싱크로너스 D램의 성능을 대폭 개선한 DDR2 규격의 D램 표준화를 공동 추진키로 한 것이다.
AMI2 측은 경쟁에서 탈락한 미 마이크론사 중심의 싱크링크 D램 진용을 흡수하면서 램버스 진용에 대한 추격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제2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업체인 미 AMD사가 차세대 제품인 「K7」에 PC266 규격의 DDR SD램을 채택키로 결정, DDR 진용에 적지 않은 힘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뒤늦게 차세대 메모리 표준 경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는 이면에는 다이렉트 램버스 D램에 대한 세계 컴퓨터업체들의 불만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트업체들이 가진 불만의 핵심은 다이렉트 램버스 D램 채용시 발생하는 과다한 추가 비용 문제.
이들은 전기 및 온도 특성이 완전히 다른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을 PC에 채택할 경우 가격 상승 효과가 최대 수백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처럼 램버스 D램에 따르는 비용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주기판 자체의 설계를 바꿔야 하는 것은 물론 주기판용 인쇄회로기판(PCB)의 생산원가가 크게 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클록주파수가 800㎒인 램버스 D램을 채용할 경우 PCB의 임피던스가 28Ω ±10%에 이르며 이를 수용하는 PCB 생산원가가 15% 가량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러한 임피던스의 문제를 해결하는 PCB를 제조하고 이를 시험하는 비용이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세트업체들이 이러한 막대한 원가 부담을 떠안으면서 램버스 D램을 채용하겠느냐 하는 점이다.
차세대 메모리 경쟁에서 탈락했던 것으로 보이던 DDR 싱크로너스 D램 진용이 AMI2라는 조직을 결성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램버스 D램 채용을 주도하고 있는 인텔 측은 『생산원가 상승은 비단 램버스 D램 뿐만 아니라 DDR에도 존재한다』며 세트업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한 인텔 측은 원가를 대폭 줄인 램버스 지원 보드 개발을 추진, 램버스용 칩세트인 카미노가 출시될 예정인 오는 4·4분기와 맞춰 주기판업체들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텔 측이 올해말까지 PC업체들이 기대하는 수준만큼 램버스용 기판 제조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결국 차세대 메인 메모리시장을 둘러싼 램버스와 DDR의 생존 경쟁은 램버스 D램이 상용화하는 4·4분기 이후에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