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국 정보문화 캠페인> 가상대학의 현황과 문제

경희대 사회과학부 황승연 교수

 현재 우리나라 가상대학은 15개(단독 8개 대학, 컨소시엄 7개 기관) 시범 및 실험운영기관의 총 74개교가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일부 교육과정을 가상공간에서 실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고, 이미 강의실 수업으로 해오고 있던 교과과정의 일부를 웹 기반의 온라인 강좌로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극히 일부 대학에서 일반인 대상의 재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대학들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거나 컨소시엄의 경우 참여대학들간 학점 상호인정제속에서 운영하고 있다. 98년 첫 학기에는 41개 대학에서 256개 강좌를 개설해 총 1만6721명이 수강했고, 2학기에는 536개의 강좌로 늘어 약 4만5000명이 수강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수업의 수준과 질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우선 문화적 문제에서는 우리나라 대학에서 학업에 대한 분위기가 가상대학을 운영할 정도로 성숙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인 학습이 이뤄지는 학생들의 성숙함이 담보되지 않으면 가상대학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화적 기반이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상대학의 성공 요인으로 피교육자들의 교육과정에 대한 만족도를 첫째로 꼽을 수 있는데 지식정보 기반사회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과 이해가 확산돼있는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기술적 문제도 가상대학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웹기반학습(WBI)이 현재 대부분의 가상대학이 채택하고 있는 학습방식인데 주로 교수가 만든 멀티미디어 학습자료를 학생들이 다운받아 자습하고, 이에 대한 질문은 전자우편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동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효과적인 학습이 된다.

 그러나 양방향까지는 아니라도 현재 학습자료를 다운받는 것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나라의 컴퓨터 네트워크의 속도는 가상대학을 본격적으로 실시할만큼 발달돼 있지 않고 수년 내에 개선될 것같지도 않다.

 가상대학의 4대 요소라 할 수 있는 교수·학생·교육내용·전달매체를 가상대학의 성공조건과 관련해 설명하면 성의있는 교수, 적합한 대상, 알찬 교육내용, 효율적인 방법으로 함축된다. 우선 성의있는 교수를 만들기 위해 정보시대의 새로운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들의 수고를 적절히 평가하는 산업화시대와 다른 새로운 업적평가 기준이 마련되고 제도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수업에 대한 새롭고 폭넓은 규정이 필요하다.

 학생과 관련해서는 가상대학이 아니면 수업의 참여가 대단히 불편하기 때문에 이를 갈망하는 대상이 발굴돼야 한다. 그들을 위한 교과과정이 개발되고 교육내용이 준비될 때 가상대학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를 위해선 지식기반산업을 선도하는 고급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또한 정보시대에는 국제적인 범위에서 통용되는 실용적인 기술과 지식의 습득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수업내용만이 환영받게 될 것이다. 졸업장 취득을 위한 학업자세는 가상대학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수업내용의 국제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네트워크 속도에 적합한 교육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충분하지 않은 네트워크 속도를 염두에 둔다면 아직은 텍스트 기반의 토론식 수업이 적합할 것이고, 점차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전국적 완성도가 높아지면 양방향 멀티미디어 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 기반이 제공해 주는데 따르는 적합한 효율적인 수업 방식을 발견해야 한다.

 가상대학의 장점을 살리는 교육과정의 개발과 더불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마련되지 않고 늦어지면 본질은 없고 이름만 존재하는 가상대학으로 좌초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