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 연구인력 안줄었다

 IMF 관리체제와 구조조정 여파로 당초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와 연구인력 감축이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 부설연구소 연구인력 감축의 경우 연구보조원 등 지원인력(14.5% 감축) 중심으로 이뤄졌고 석·박사급 고급 연구인력은 오히려 7.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강신호)가 최근 기업 부설연구소 775개를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최근 산업계의 연구개발 동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부설연구소의 연구개발 투자규모는 9조2900억원으로 97년 10조600억원보다 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감소폭은 지난해 10월 조사때 최대 12.3%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던 것에 비하면 4.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들 기업부설연구소는 특히 올해 연구개발 투자를 지난해보다 11.3% 증가한 10조3300억원으로 계획하고 있어 IMF체제 돌입 이전인 97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개발 인력의 경우 97년 말 8만262명에서 지난해에는 8만5672명으로 6.7% 증가한 데 이어 올 4월 말 현재는 작년보다 2% 늘어난 8만7388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연구인력 증가는 기존 기업 부설연구소의 인력감축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00개의 기업 연구소가 새로 설립된 데다 올 들어서도 270개 연구소가 새로 설립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별로는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 및 연구인력 감축폭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내 8개 대기업의 79개 부설연구소를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까지 연구인력 변동상황을 표본조사한 결과 이직 연구원이 3998명, 신규 전입 연구원이 1461명으로 전체적으로는 2537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연구소를 떠난 연구인력 3998명 중 81.2%가 연구원 창업이나 중소기업 재취업 등으로 흡수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업상태에 있는 연구인력은 21명(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당초 예상보다 연구원 이직에 따른 사태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전체 이직 연구원의 1.3%만이 해외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업 부설연구소는 연구개발 투자 감축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가, 지난해에만 700개가 증가해 연간 증가건수로는 최고치를 나타냈으며 올 들어서도 270개 연구소가 새로 설립돼 올 4월 말 현재 모두 4030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