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국제공작기계전시회(EMO 99)는 모터쇼에 출품되는 콘셉트카처럼 공작기계 기술 추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전시회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공작기계의 고속·고정도화다. 고속·고정도화는 생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2만rpm 이상의 초고속으로 주축을 회전, 초정밀 가공이 가능한 머시닝센터와 밀링이 보편화하고 있다.
이들 HSM(High Speed Machine)은 기계구조와 연결된 컴퓨터 수치제어(CNC)장치에 중점을 두고 설계했으며, 고속화를 위해 기계의 설계 자체를 바꾸는 사례까지 있었다. 또 고속 가공을 위해 리니어모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니어모터는 전체 가공시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비절삭시간을 감소시켜 20∼40%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장치로 기계 이송부를 가이드 사이의 마그네틱 장치와 교체함으로써 가속 능력이 탁월한 것이 장점이다.
특히 유럽업체들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연구 진척을 보이고 있는데 과거 이러한 기술들은 450×45㎜ 펠리트 머시닝센터에 한정돼 있었으나 이번 전시회에서는 12m의 대형 밀링머신에도 리니어모터 기술이 적용됐다. 고속 가공을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공구 교환시간을 단축하는 기술도 선보였는데 과거 3∼4초 소요되던 공구 교환시간이 고속 소재 투입장치(Injectors) 기술 개발 등으로 1초 이하로까지 단축됐다.
스프레이 사용을 자제하거나 절삭유 사용을 최소화하는 친환경화 경향도 뚜렷했다. 이는 자동차 산업에서 유체사용 비용을 줄이려는 경향과 맞물리는 것이다.
자동화 제어기술 부문에서는 CNC가 PC를 기반으로 오픈 아키텍처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PCNC(Personal Computer Based Numerical Control)로 대표되는 이 기술은 기존 CNC에 CAD/CAM, 3차원(3D) 시뮬레이션 기능은 물론 윈도 방식의 각종 소프트웨어, 인터넷·인트라넷 기반의 네트워크 기술이 결합해 제어장치가 하나의 정보기기화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다면 가공 및 쾌속가공을 위한 병렬기구(Parallel Mechanism) 공작기계가 대거 선보이는 등 향후 고유 공작기계 영역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세나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스웨덴·프랑스·독일·미국·일본 등 10여개 업체에서 병렬기구 공작기계 및 제어장치를 출품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외에 한 대의 기계로 여러 대의 기계 효과를 낼 수 있는 복합화 기술도 특징 중 하나다. 선반과 머시닝센터·밀링기능이 통합된 장비는 일반적 추세로까지 확대됐으며, 공작기계에 산업용 로봇 및 자동화 장치들과 결합,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장비도 대거 출품됐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